제도권 편입으로 유통 안정 기대…플랫폼 확장 본격화
전문가 “시장 신뢰 위해 우량 자산 중심·기술 중립성 확보 필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거래 편의성은 높지만 매도는 어렵고 시세 변동이 심하다고 토로했으며, 이에 업계는 제도권 편입과 기관 참여 확대를 통해 유통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조각투자가 안착하려면 우량 자산 중심의 시장 형성과 글로벌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0일 뮤직카우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보유 중인 음원 수익증권을 팔고 싶지만, 시세보다 낮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거래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못지않게 편하고 배당이 잘 나온다"라며 장점을 언급하면서도 "수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금성이 낮고 호가창이 얇아 시세가 불안정하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조각투자 유통플랫폼(샌드박스)의 연간 매수거래 금액은 총 145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는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에 편입되고 수급이 안정되면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SOU)’를 운영하는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시장의 환금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품을 지식재산권(IP)과 채권 등 다양한 실물 자산으로 확장하고, 기관 및 전문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해 시장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다만 수급이 안정되더라도 자산의 투명한 평가와 정보 공개, 불완전판매 방지 등 정보 비대칭성과 관련된 보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조각투자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우량 주식과 우량 채권부터 유통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진짜 가치 있는 실물자산이 토큰 형태로 나올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라며 “그런 자산이 있다면 발행 주체가 직접 투자하거나 핵심 고객 또는 펀드에 우선 배정하고, 토큰화는 후순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 비대칭이 적은 자산,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채나 삼성전자 주식 같은 우량 자산으로 시장의 신뢰를 먼저 구축하면 이후 저작권·미술품 등 고위험 자산도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특정 블록체인 기술을 강제하지 않는 ‘기술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내에서 발행된 자산이 세계 시장에서도 유통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특정 용도로만 쓰이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아니라, 이더리움·솔라나 등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거래될 수 있도록 열어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거래소 선택의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토큰화된 자산은 특정 거래소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거래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큰증권이 새로운 형태의 자산이라 하더라도 결국 수요와 공급, 경쟁을 통한 효율적 자본 배분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논리 위에서 작동해야 하며, 인위적으로 거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