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 혼선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정부·여당 간 스탠스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서울시는 규제 일변도에 공개 반발하며 공급 방향성은 안갯속이다. 강경한 대출 규제로 서민과 실수요층까지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는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났다. 부동산 정책 핵심 인사의 실언과 갭투자로 사퇴까지 이어지면서 추진 동력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정부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부동산 실언’ 논란 속에 24일 사의를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면직안을 재가했다. ‘10·15 대책’ 설계를 주도한 핵심이 이탈하면서 정책 일관성에 금이 갔다는 평가다. 이 차관은 19일 한 방송에서 “돈을 모아뒀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로 언급해 비판을 받았고 본인이 고액 현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지난해 33억 원 아파트를 갭투자해 단기간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정책 라인에선 세제 카드까지 테이블에 올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취득·보유·양도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 부담은 낮고 양도세 부담이 높아 ‘록인(lock-in)’이 심각하다”며 보유세 역할을 언급했다.
반면 여당은 정부의 이런 신호에 거리를 두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보유세 강화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 정책 메시지는 여전히 분산된 상태다.
세부 규정 손질도 이어졌다. 금융위원회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에 한해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초 취급 시점 기준(최대 70%) 적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LTV 40% 일괄 적용’으로 이자절감 대환까지 막는다는 반발이 커지자 예외를 둔 것이다. 앞서 전세퇴거자금대출 적용 기준 혼선도 은행연합회 공문으로 뒤늦게 정리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대상인 서울시는 규제 중심 접근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0·15 대책이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가 됐다”며 “유일한 공급 대책이었던 9·7 대책마저 구체성이 떨어지니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생기고 공급에 대한 기대는 꺾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15 대책 대폭 수정을 비롯해 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과감히 결단하라”면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오 시장은 24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서울 노원구 재개발현장을 방문해 “사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내포된 정책이 발표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부동산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민간 중심의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어느 정도의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으나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고 지자체와의 불협화음이 계속 커진다면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될 것”이라며 “정책의 신뢰를 높이고 혼선을 줄이려면 정부와 여당이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불필요한 얘기들이 산발적으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