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AI 인력을 대거 유치하는 전략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대표 직속 조직 등으로 재편하고 인력 효율화로 ‘정예 인력’만 남기는 모양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Meta)는 최근 AI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핵심 조직 ‘초지능 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s)’의 인력을 약 600명 감원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6월 초지능 연구소를 출범한 지 4개월여만이다.
메타는 지난 8월 초지능 연구소를 △TBD랩 △제품팀 △인프라팀 △페이스북인공지능연구소(FAIR) 등의 4개 팀으로 재편했다. 이번 감원은 FAIR와 제품 관련 AI팀 등 AI 인프라 부서에서 이뤄지며 신규 설립팀인 TBD랩은 이번 감원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 측은 이번 감원이 최근 3년간 과도한 인력 확충에 따른 조직 비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AI 사업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초지능 연구소 출범 당시 메타는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출신의 연구원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포함해 11명을 신규 채용한 바 있다.
메타의 신임 최고 AI 책임자인 알렉산더 왕은 “팀 규모를 줄이면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해지고, 각 개인의 책임과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메타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최근 SK텔레콤은 AI 혁신 추진을 위해 유영상 대표 직속으로 전사 AI 조직을 통합한 ‘SKT AI CIC(사내회사)’를 출범했다. 하지만 3주 만에 SKT AI CIC 구성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단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SKT 측은 MNO(이동통신) 및 인프라 조직 등 원하지 않는 팀에 배치받는 경우 구성원의 커리어 지속성 유지를 위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비개발 인력을 감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T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크래프톤 등의 ICT 기업들도 AI 조직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직속으로 AI와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등 미래 기술을 담당하는 ‘R(Revolution)-TF’을 신설했다.
23일 ‘AI 퍼스트 전환’을 선언한 크래프톤은 전사 내재화를 위해 인사를 포함한 조직 구조와 협업 환경을 새롭게 구축한다고 밝혔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에이전틱 AI를 중심으로 업무를 자동화하고, 구성원은 창의적 활동과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AI 중심 경영 체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조직을 슬림화하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실행력이 높아진다.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고숙련 인력만 남기고 AI가 대체할 수 있는 AI 개발자 인력은 정리하면서 ‘인력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성과자 인력만 남기고 저숙련자들이 하는 일을 AI 도입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라며 “이제는 AI가 코딩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AI 분야 안에서도 인력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AI를 통한 수익 모델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수익이 없어도 중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정예 인력만 남기는 ‘조직 슬림화’ 전략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