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리스크' 줄이고 보상 신뢰 높이려면 공공-민간 협력 필수”

기후재해가 상시화된 시대, 보험산업이 ‘AI 기반 지수형(Parametric) 보험’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24일 열린 보험연구원 제63회 산학세미나 ‘기후변화 리스크와 지수형 보험’에서 전문가들은 “기존 손해평가 중심의 느린 보상체계를 벗어나, 기상지표 기반의 자동보상 구조로 이동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주원쥔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1980년 이후 전 세계 자연재해 피해액은 6조7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이 중 3분의 1만이 보험으로 보상됐다”며 “머신러닝과 계리모형을 결합한 지수형 보험은 글로벌 '보호격차'(Protection Gap)를 줄이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 지역의 옥수수 데이터를 활용해 기온·강수량·기압 등 70여 개 기후지표를 결합한 딥러닝 모형을 제시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설계한 계약 구조는 기존 선형모형 대비 보험 효용이 약 10% 높고, 보험료는 평균 10% 이상 낮았다. 그는 “AI 기반 설계는 피해액과 보상액 간 오차를 줄이면서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농가의 가입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며 “기후보험뿐 아니라 홍수·폭염·팬데믹 등 복합 리스크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수형 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기준 리스크(basis risk)’, 즉 실제 피해와 기상지수 간의 괴리”라며 “지수형 보험의 성공을 위해서는 AI와 기술 혁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수형 보험은 손해평가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기준 설정과 갱신에 드는 비용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기준'을 찾는 것이 보험산업의 새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릉·속초 간 강수량 차이와 강남역 침수 사례를 언급하며 “인접 지역이라도 피해양상은 전혀 다를 수 있다"며 "인프라 확충이나 지형 변화에 맞춰 지수를 주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안리에서 CAT모델링 파트를 담당하는 백천우 박사는 “기준 리스크는 고객이 기대하는 보상과 실제 지급액 사이의 간극으로 나타난다”며 “특히 피해 강도가 큰 사건일수록 이런 괴리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부가 시범 운영 중인 기상지수보험의 경우, 하루 노동 보상액이 25달러로 설정돼 실제 일당(150달러)과 격차가 크다”며 “현실적 기준 설계와 데이터 검증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광민 포스텍 교수는 “지수형 보험의 시장 수요는 ‘지수가 실제 피해를 얼마나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데이터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도덕적 해이나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기반 지수 보험이 확산하려면 공공·민간 협력(PPP) 모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