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도 내수·투자 부진 발목
3분기 수출액, 역대 2번째로 높아
고정자산 투자는 5년래 첫 감소

중국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이 선방했지만 내수 부진의 벽을 넘지 못하며 4개 분기 만에 다시 4%대 성장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4.7%)를 소폭 웃돌았지만, 2분기 GDP 증가율 5.2%보다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GDP와 함께 나온 9월 주요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내수 경기 가늠자 역할을 하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0% 늘었다. 시장 예상치와는 부합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고정자산 투자는 올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는 0.1% 증가였다.
이러한 광범위한 둔화 추세 속에서 산업 생산은 예상 밖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하방 지지 역할을 했다. 9월 산업생산은 전년보다 6.5% 늘면서 시장 예상치(5.0% 증가)를 넘어섰다.
수출은 미·중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호조세를 보였다. 앞서 13일 발표된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3분기 전체 수출액은 9700억 달러(약 1377조 원)로 분기 기준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장닝 UBS그룹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그 움직임에는 편차가 있다”며 “수출과 산업생산은 예상을 상회했지만 소비나 투자 같은 내수 관련 지표는 줄줄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연간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제품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내부 체력은 여전히 불안하다. 디플레이션 조짐과 산업 전반의 과잉 경쟁이 기업 수익성을 갉아먹고 소비 회복세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날 개막해 나흘간 이어지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에서 경기 부진의 돌파구가 제시될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5년간의 경제 청사진인 ‘제15차 5개년 계획’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기둔화를 완화하기 위한 내수 진작책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4중전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공급과 수요 간 구조적 불균형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이날 지표는 이들이 방심해서는 안 될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미 소비 진작에 더욱 집중할 것을 시사하며 교육과 고용 등 분야에서 지출을 늘렸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비교적 신중한 조치를 취했을 뿐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