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했다가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정부는 이번 송환을 계기로 양국 간 범죄 대응 협력을 강화하고 전원에 대한 수사와 마약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진아 정부합동대응팀 단장(외교부 2차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스캠범죄 단지 단속을 통해 구금된 우리 국민 64명의 신속한 송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캄보디아 총리와 외무부 등 많은 기관의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외교부, 경찰청, 법무부가 원팀이 되어 협력한 데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정부의 단속 노력과 우리나라와의 긴밀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며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스캠 범죄 근절을 위해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합동대응팀의 일부 인원은 현지에 잔류해 현장 방문과 교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신속한 시간 내에 캄보디아 고위급과 접촉해 협력 의지를 확인하고, 양국이 참여하는 합동 대응 TF를 구성해 제도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TF 협의는 다음 주부터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체포된 사람들의 조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규모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며 “캄보디아 내 마약 투약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이번에 송환된 분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마약 검사를 모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단일 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외국민 범죄자 송환 작전이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테초국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9690편 전세기는 5시간 20분 비행 끝에 오전 8시 3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세기에는 경찰관 190여 명과 의료진이 동승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의자 64명 전원은 탑승 직후 국적법상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는 기내에서 체포 영장이 집행됐다.
입국 절차는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피의자들은 수갑이 채워진 채로 공항 출구를 빠져나와 대기 중이던 호송용 승합차 23대에 나눠 타고 전국 관할 경찰서로 이송됐다.
송환자는 △충남경찰청 45명 △경기북부청 15명 △대전경찰청 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 1명 △경기남부청 김포경찰서 1명 △강원 원주경찰서 1명 등으로 분산됐다.


공항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가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경찰청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을 단장으로 하는 공항현장대응단 215명을 투입했다.
피의자 대부분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고개를 숙이고 이동했다. 일부는 A4 용지로 얼굴을 가렸으며 휠체어를 탄 피의자도 있었다. 수갑이 채워진 이들은 양옆에서 경찰관 두 명의 호송을 받으며 차례로 이동했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호송 행렬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준비된 승합차에 탑승해 관할 경찰서로 이동했다.
송환된 64명 가운데 59명은 캄보디아 경찰의 스캠범죄 단지 단속 과정에서 검거됐으며, 5명은 스스로 신고해 구조됐다. 이들은 ‘웬치(Wench)’로 불리는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 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 노쇼 사기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대부분 한국에서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이며 인터폴 적색수배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송환을 거부하고 현지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캄보디아 정부의 강제추방 조치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귀국했다.
경찰은 이번 송환자들을 상대로 범죄 가담 정도와 경위, 납치·감금 여부를 전면 조사할 방침이다. 단순 피해자인지, 불법성을 인지하고 범행에 적극 가담했는지도 함께 규명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