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 완전 분리
삼성바이오로직스, 순수 CDMO로 초격차 생산 확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시밀러‧신약 등 성장 사업

삼성이 바이오 사업의 새 판을 짜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인적분할을 확정하면서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의약품 개발 사업이 각각 독립 체제로 재편된다. 이번 분할을 계기로 삼성은 그동안 간접적으로만 접근했던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로 회사를 나누는 인적분할 계획안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단일 의안인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상정됐으며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의 93.0%(1286명)가 출석한 가운데 출석 주주의 99.9%가 찬성해 가결됐다.
이번 분할은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완전한 분리를 골자로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회사로,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지주회사로 각각 재편된다. 회사는 이를 통해 고객사의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사업 구조 효율화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존림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이번 인적 분할은 고객사의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CDMO와 바이오시밀러 각 사업의 강점과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분할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이 분리돼 있었음에도 일부 고객사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사업과의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번 분할을 통해 이같은 우려가 해소돼 중장기적으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및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이번 분할로 순수 CDMO 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존림 대표는 “그동안 로직스와 에피스 간 엄격한 방화벽(Firewall)을 운영해 왔음에도 일부 고객사는 두 회사를 동일한 실체로 인식해 이해 상충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분할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분할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로서 초격차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포트폴리오 확장에 적극 투자해 글로벌 고객 만족도를 높이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는 또 이번 인적분할을 삼성이 ‘바이오 신약’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CDMO와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사업을 전개해왔지만 신약개발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신약개발 전담 조직의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수익을 토대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투자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약 1조5000억 원을 올리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한 만큼 신약 파이프라인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의 움직임은 경쟁 대기업들의 행보와 맞닿아 있다. SK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LG는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등 신약을 잇따라 내놓으며 제약‧바이오 역량을 입증했다. 반면 삼성은 CDMO와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해왔다.
이를 위해 삼성은 지속해서 신약개발 기반을 다져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은 공동 출자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ADC, CGT, 인공지능(AI) 단백질 설계 기업 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 기업에 투자해왔다. 이러한 포트폴리오가 향후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신약개발 전략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2조5882억 원, 영업이익 9623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분기 최대 매출인 1조6000억 원대가 예상된다. 분할 이후 CDMO 사업에 더욱 집중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와 신사업 진출을 가속할 계획이다.
한편 분할은 11월 1일 효력이 발생하며 11월 24일에는 존속회사(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경상장과 신설회사(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재상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기존 주주는 지분율에 비례해 두 회사의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나눠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