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제 금가격 오르는 네 가지 이유

입력 2025-10-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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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국제 금 가격이 재차 큰 폭으로 상승, 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온스당 3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다가 최근 급등세를 보였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엇이 단기 금 가격의 강세를 촉발했을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및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스탠스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가 블록화되면서 각국 간의 갈등도 확산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023년에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이, 2024년과 2025년에는 이스라엘·이란 교전뿐 아니라 인도·파키스탄 갈등에 이르기까지 과거 대비 지정학적 갈등이 나타나는 빈도가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실질금리 하향 기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신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성과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보험적 투자 운용의 차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강한 흐름을 보이는 금 투자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더 공고화되고 있는 블록화로 인해 중국, 러시아 등은 미국과의 갈등 상황에서 동결될 위험이 있는 달러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그 대안으로 금 비중을 늘리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금 가격의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실질 금리의 하향 기대 역시 금 가격의 상승 기대감을 높인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도 물가가 그만큼 높아진다면 고금리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금리는 실질적으로 저축을 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인 바, 이를 실질 금리라고 한다. 금은 일반적인 종이 화폐와 달리 이자가 붙지 않는다. 만약 종이 화폐를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자 수익, 즉 실질금리가 높다면 상대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없는 금 투자의 매력은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실질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향후 금 투자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기에 금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미국 연준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미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p) 인하했다. 그리고 마찬가지 이유로 올해 9월에도 0.25%p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연말까지 2회 추가 인하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명목금리 자체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는데,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경우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자극할 수 있다. 명목금리는 낮아지는데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면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보다 낮춰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금 가격 강세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각국 재정적자 확대 등도 금 수요 자극

마지막으로 각국 국가부채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로 대변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을 통과시키며 향후 국가 부채의 급증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국가 부채에도 재정 적자를 통제하는 데 난항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면 일본의 재정 적자 역시 재차 큰 폭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확대는 종이 화폐의 신뢰를 낮추며, 실물 화폐의 대표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자극하게 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 및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증가, 실질 금리 하향 기대, 그리고 주요 선진국들의 국가 부채 및 재정 적자 우려는 최근 금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된다. 단기적인 금 가격의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투자 포트폴리오에 일정 수준 금의 비중을 가져가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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