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남아도, 팀명은 잇는다⋯십센치→소란, 밴드의 '생존법' [엔터로그]

입력 2025-10-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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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밴드 소란. (사진제공=엠피엠지뮤직)
▲밴드 소란. (사진제공=엠피엠지뮤직)

밴드 인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디·록밴드의 신곡이나 무대에만 시선이 쏠린 게 아닙니다. 대형 기획사의 밴드 육성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가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새롭게 출범하고, 가요계에서 사이키델릭, 얼터너티브 록 등 밴드 사운드를 활발히 차용하는 모습으로 대중음악 전반에 그 흐름이 확산 중인 걸 알 수 있는데요. 세션의 생동감, 무대 위 즉흥성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요즘이죠.

변화도 포착됩니다. 최근 들어 밴드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건데요. 멤버 구성에 변화를 맞았지만 팀 이름은 그대로 유지한 채 활동을 이어가는, 이른바 '1인 밴드'의 활동이 대표적이죠.

▲십센치 권정열(왼쪽부터), 치즈 달총, 볼빨간사춘기 안지영. (출처=뉴시스, 달총 인스타그램)
▲십센치 권정열(왼쪽부터), 치즈 달총, 볼빨간사춘기 안지영. (출처=뉴시스, 달총 인스타그램)

1인 체제 전환…이름은 그대로

대표적인 1인 밴드 사례는 십센치(10㎝)입니다. 지금은 권정열 1인 체제지만 당초 십센치는 고교 시절 스쿨 밴드 선후배 사이였던 권정열과 윤철종 두 명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2017년 윤철종의 탈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목이 쏠렸고, 대마초 혐의가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듀오 밴드로서 '아메리카노',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쓰담쓰담',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한 이들이었기에 팬들의 충격이 컸죠.

이후 십센치는 권정열 단독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권정열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팀명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원래 팀 이름이 키 차이에서 따온 이름"이라며 "그래서 이름을 바꿔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그럼 브랜드 자체가 없어지는 거라 오랜 고민 끝에 팀을 지키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죠.

우려와 관심이 쏠렸으나, 십센치는 매번 발매하는 앨범마다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주우재의 '너어게 닿기를' 커버가 화제를 모으면서 역주행 신화도 썼는데요. 3월 발매된 이 곡은 멜론 톱100, 핫100(발매 100일 기준) 1위에 올랐죠.

치즈 역시 2017년부터 달총이 혼자 무대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4인 밴드였던 치즈는 멤버 2명이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고 2017년 프로듀서였던 구름이 개인 활동을 위해 팀을 나가면서 1인 체제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4월 치즈는 정규 2집 '잇 저스트 해픈드(It just happened)'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사실 1인 체제를 결정하게 된 건 팬들이 갑자기 좋아하던 가수가 사라지면 슬프지 않을까 하는 책임감이 있어서였다"며 "그런데 1인 체제로 바뀐 직후에는 음악만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전 멤버)의 부제로 인한 음악에 대한 평가가 좀 더 많았다. 상처도 받았고 오기도 생겼다"고 털어놨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후 안지영, 우지윤 2인 밴드로 데뷔한 볼빨간사춘기는 2020년 우지윤의 탈퇴 이후 안지영 혼자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화설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볼빨간사춘기는 꾸준히 신곡을 내고 무대에 오르면서 특유의 감성 보컬과 음악 세계를 펼치는 중이죠.

최근에는 밴드 소란의 발표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소속사 엠피엠지뮤직은 13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란은 17일 발매 예정인 미니앨범 활동과 2026년 1월 예정된 콘서트를 마친 이후 각자의 음악 활동에 집중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미니앨범 활동과 콘서트 일정 종료 후부터는 밴드 소란이 고영배 1인 체제로 전환된다"고 발표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소란은 지난해 드러머 편유일이 떠나면서 3인 체제로 활동해왔는데요. 기타리스트 이태욱, 베이시스트 서면호가 내년 콘서트 일정을 소화한 뒤로는 보컬리스트 고영배 1인 체제로 전환,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습니다.

▲밴드 소란. (사진제공=엠피엠지뮤직)
▲밴드 소란. (사진제공=엠피엠지뮤직)

해체 아닌 지속의 방법

아이돌 그룹의 경우 멤버 탈퇴는 팀의 균형을 뒤흔드는 사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사 주도로 멤버 구성이 결정되고 각 멤버들은 그룹의 정체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반면 밴드는 자발적 결성과 창작 중심의 형태가 많은 데다가 팬들 역시 '팀의 음악'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해 팀 구성 변화를 일종의 음악적 성장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물론 각자의 음악적 지향점, 경제적 이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해체'를 택한 밴드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밴드 신에서는 팀을 끝내는 대신 이름을 남기는 선택이 두드러지는데요. 십센치와 볼빨간사춘기, 치즈, 최근 소란까지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1인 체제를 택했지만 팀의 이름을 유지하며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그 결정 뒤에는 밴드에 대한 애정, 그리고 함께한 이름을 '끝'이 아닌 '연속'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란 멤버 고영배는 16일 새 EP '드림(DREAM)' 발매를 기념해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과거 4명이었다가 3명 되면서 그때도 고민이 많았다. 이후 '서로 잘해보자' 하며 1년 정도 활동을 열심히 해왔다"면서 "올 봄 재계약 관련 이야기들을 하며 고민하다가 지금 이 타이밍이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이어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팬들에게 바로 이별을 선언하는 것보다 시간을 갖고 마무리했으면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함께 음악을 들려드리고 마무리 짓자는 결정을 하게 됐다"며 "혼자 한다고 해서 바꾸거나 새로운 멤버를 영입할 생각이 없다. 함께 해온 길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전망이다. 늘 우리는 할아버지 밴드가 되고 싶다고 꿈꿔왔다. 이 자리를 더 잘 지켜서 나중에 꼭 다시 한번 공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전한 애정을 강조했죠.

산업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 시장에서 팀명은 하나의 브랜드이자 데이터입니다. 플랫폼과 SNS 알고리즘 속 과거 발매곡, 검색량, 팬 커뮤니티 활동 등은 모두 팀명 단위로 축적돼왔죠. 결국 이름을 지킨다는 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밴드가 생존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한 셈입니다.

▲밴드 소란. (사진제공=엠피엠지뮤직)
▲밴드 소란. (사진제공=엠피엠지뮤직)

'밴드 정체성' 지적도…다음 챕터 위한 도약

1인 밴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솔로 아티스트의 형태에 가깝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무대나 음원에서 밴드 사운드를 구현하려면 객원 세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고, 남은 멤버 한 명이 팀의 이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정산 구조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떠난 멤버와의 관계나 팬덤의 감정선이 엇갈리면 불필요한 오해나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1인 밴드는 여전히 하나의 유효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멤버 구성에 변화를 맞더라도 팀 이름을 유지하는 건 음악 활동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1인 밴드는 해체의 대안이자 브랜드의 개인화 전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관건은 팀의 이름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음악적 정체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이어가느냐인데요. 당장의 변화는 마음 아프지만, 이들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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