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못지않은 복지·성과지표 활용
전쟁 장기화로 인한 징집난에 ‘고육지책’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우크라이나군은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소식이 아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 일부 부대에서는 더욱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병력 수급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치 민간 기업처럼 마케팅과 성과지표 등을 적극 활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사례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세 부대(아조프·제3돌격군·하르티야) 중 하나의 미디어 팀에서 공개한 영상이 대표적인 예시다. 해당 영상은 징집을 피하려는 사람들을 풍자하며 군 복무 중인 군인이라도 휴가 중엔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입대를 기피하는 남성의 아내는 남편이 징집관에게 걸릴 것이 두려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중이라 한탄하고, 군에 남편이 있는 또 다른 아내는 남편과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말한다.
하르티야 부대는 민간 기업처럼 성과지표를 활용한 인사평가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대 내 전문 인사팀이 ‘적군 처치당 비용(Price per kill)’이나 ‘전선에서 하루당 비용(Cost per frontline day)’ 등의 수치를 적용해 지휘관을 평가한다. 과거처럼 군 내 학연이나 인맥 등을 통한 진급이 아닌 성과를 통한 진급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상병과 병사 가족에 대한 복지에도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아조프 부대의 복지는 ‘아조프 케어’로 불릴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약 3년간 러시아에서 포로로 있다가 풀려난 한 중위는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친절하게 맞이해주고, 최고의 병원과 의수를 찾아줬다”며 부대 복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부상자가 군 복귀를 원하면 비전투직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복귀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전사자의 장례는 부대가 주관하고, 유족들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우크라이나군, 특히 제3돌격군 부대는 유튜브·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강력한 부대라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의 마케팅·크리에이티브 팀을 구성하고 인기 가수나 스포츠 스타들과의 협업 등에서 적극 나선 상태다. 일반인들이 해당 영상들은 보고 클릭 한 번으로 기부가 가능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하르티야 부대의 경우 마케팅팀의 수장이 우크라이나 내 유명 광고회사의 전 대표일 정도로 대외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부대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힘쓰고 병사 복지 등에 힘을 쏟는 것은 결국 부족한 인력 보충을 위한 유인책으로 봐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징집에 대한 공포로 충원율이 충분하지 않자 우크라이나군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복지 혜택, 마케팅을 통한 부정적 이미지 희석 등을 노리는 것이다.
인디펜던트,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월 병력 충원 규모는 1만7000명에서 2만5000명 정도다. 반면 러시아군은 매달 3만 명 이상의 신규 병력을 모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병사 유치를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시간만이 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