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군청 소속 50대 공무원 A 씨가 사망했다. 이달 초 그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았다. 귀가 후 그가 남긴 메모에는 수사팀의 ‘강압’, ‘회유’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수사기관의 압박과 피의자의 죽음은 낯선 조합이 아니다. 수사받던 이들의 죽음이 하나씩 더해지면서 어떠한 ‘패턴’이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반복이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A 씨는 수사 단계에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변호인 없이 새벽까지 이어진 조사, 흘러 나간 피의사실, 가족에게까지 번지는 압박감. 법정의 판단도 공론의 장도 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실이 곧 심판의 자리가 되는 구조였다. ‘심리적 사형 선고’라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수사는 권력을 견제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문제는 그 도구가 사람을 상처 입힐 때다. 이번 공무원 사망 사건은 ‘진실 규명’과 ‘인권 보장’이라는 두 축이 얼마나 쉽게 기울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사기관은 “강압은 없었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수사 방식 전반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 변호인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 조사 시간과 분위기가 적정했는지, 정신적 보호 장치는 있었는지, 설명 가능한 수사였는지 점검해야 한다. 설령 결과를 정해 두고 달려가는 특검이라 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죽음이 있어야 책임자가 생기고 대책이 나온다. 역시 익숙한 패턴이다. 수사기관의 권력이 무겁다는 건, 그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한 공무원의 죽음을 개별적 불행으로 치부한다면 같은 장면은 다시 반복된다. 조사실에서 비롯된 죽음이 또 하나 늘어났을 뿐이다.
수사의 무게는 언제나 약한 곳으로 떨어진다. 진실을 밝혀야 할 수사가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때, 죽음이 수사를 대신해 기록된다. 그것이 수사기관의 가장 큰 실패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