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글로벌 협력 가속
그룹 리밸런싱도 속도

대법원이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SK그룹을 짓누르던 최대 경영 불확실성이 사실상 해소됐다. 앞서 2심에서 1조3808억 원 규모의 재산분할이 인정되자,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 바 있다.
현재 최 회장은 SK㈜ 주식 1297만5472주(17.90%)를 보유하고 있으며, SK실트론 29.4%(총수익스와프를 통한 간접 보유), SK케미칼 우선주 6만7971주(3.21%) 등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금융기관 담보나 질권으로 설정돼 있어, 대규모 현금 유출 시 주식 매각 외에는 뚜렷한 유동성 확보 수단이 없었다.
특히 SK㈜의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25.46% 수준에 불과해 최 회장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할 경우 회장 일가 지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다. 이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날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가장 큰 법적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안정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AI·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함께 그룹 리밸런싱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판결 직후 곧바로 미국 출장길에 올라 ‘AI·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드라이브에 속도를 높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출국한 그는 71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AI와 반도체를 핵심 축으로 삼아 그룹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AI·반도체 분야에 총 8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지난 6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7조 원을 들여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합작 계획을 발표했다.
최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에도 나선다.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아 AI·반도체 등 글로벌 경제 현안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부대행사인 ‘퓨처테크포럼 AI’를 주관하고, 11월에는 ‘SK AI 서밋 2025’를 개최해 그룹의 AI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직접 기조연설을 통해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 전략을 제시한다.
이번 판결은 SK그룹이 추진 중인 사업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재무 부담과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고,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그룹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4%에서 올해 6월 103%까지 안정화됐고,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83조 원에서 71조 원으로 줄었다.
지배구조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AI·배터리·반도체 등 ‘ABC’ 핵심 분야에 자원을 집중 투입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