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사에 협조해 중국 기업 이익 해쳐”
중국 조직ㆍ개인과 거래 금지
한미 조선업 협력 경계해 행동 나선 듯

중국 정부가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에 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CNBCㆍ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웹페이지에 올린 포고문을 통해 제재 명령을 발표했다.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301조 조사를 지원하고 지지한 한화오션 5개 미국 자회사를 중국의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이에 반격하기 위해 중국 내 모든 조직 및 개인에게 이들 5개 회사와의 거래·협력 등 관련 활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교역 상대국에 대해 광범위하게 보복을 행사하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01조에 의거해 4월 중국 해운, 물류와 조선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제재 대상 자회사 5곳은 한화쉬핑ㆍ한화필리조선소ㆍ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ㆍ한화쉬핑홀딩스ㆍHS USA홀딩스 등이다. 이중 한화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산업 협력을 의미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상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 당시인 8월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을 경계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월 “미국이 조선업 재활성화에 집중하면서 점점 한국과 일본을 자국 방위산업에 통합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소식에 한화오션은 코스피에서 장중 8%까지 급락했으며 6300원(5.8%) 하락한 10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의 해상 패권을 둘러싼 오랜 분쟁이 현저히 확대된 것”이라며 “선박이 전 세계 무역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 분쟁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최초의 한국 업체”라며 “자사 노하우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