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은값이 45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6.8% 상승한 온스당 50.1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980년 세계 은 시장을 뒤흔들었던 헌트 형제의 투기 조작으로 기록된 사상 최고가 48.70달러를 넘어섰다.
은 가격 기록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기록 중 하나였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은값이 1980년대 최고치를 넘어서려면 온스당 200달러를 웃돌아야 한다고 WSJ는 덧붙였다.
은값은 올해 73% 폭등하면서 2025년 최고의 수익 자산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같은 기간 금값은 온스당 56% 급등했고, 나스닥지수 역시 17% 뛰었다.
은값 상승세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전기차, 에너지 전환 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은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귀금속을 사재기하고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생산에 필요한 은을 확보하느라 분주하며 보석 소비자들조차 비싼 금 대신 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귀금속 전문 운용사 스프로트자산운용의 슈리 카르구트카르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굴·재활용되는 은의 양이 소비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공급·수요 불균형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균형은 최근 은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전 세계 금속 창고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은을 국가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만약 지정이 확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철강·알루미늄·목재·구리 제품에 부과한 것과 유사한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카르구트카르 매니저는 “사람들은 잠재적인 공급 차질에 미리 대비하려 하고 있다”며 “관세로 인해 사실상 모든 창고가 자체 재고를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다시 약간의 비축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