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KT 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대한 분수령에 섰다. 9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 및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의 책임 공세가 거세지면서다. 그간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역대 최고 주가를 견인하며 AI·통신 융합(AICT) 중심의 전환 전략을 주도해 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기 대응 능력과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14일 정무위원회의 개인정보위원회 국정감사와 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국감에서는 보안 사고의 원인, 내부 대응 체계, 재발 방지책 등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청문회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가 쏟아졌던 만큼 이번 국감은 김 대표 리더십의 향배를 가를 ‘공개 검증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의 칼끝은 단순한 보안 이슈를 넘어 KT 대표 선임 과정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21일 열리는 ICT 산하기관 국감에는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전 사장,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관계자들이 대거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KT 사장 교체 관련’이라는 이례적인 안건이 추가되면서 2023년 당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가 정권의 입김 아래 연임을 반대한 것 아니냐는 외압 의혹이 다시 불거진 상황이다.
또한 과방위는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 추의정 감사실장 등 김 대표 취임 이후 주요 보직을 맡은 인사들도 증인으로 불러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 체제의 인사 투명성과 경영 독립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로 약 6개월 남았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르면 11월 말께 연임 의사를 밝히고 차기 최고경영자(CEO)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근 정치권의 사퇴 압박과 특검 수사 촉구가 겹치며 임기 완주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더해 여권 일각에서는 KT 대표 선임 과정에 정치권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민생경제연구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KT 경영 및 인사에 부당 개입했다며 김건희 여사와 윤 전 대통령, 김영섭 대표 등을 김건희 특검팀에 고발했다. 정치적 공방이 확대될 경우, 김 대표가 주도해온 경영 안정 기조와 연임 구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대표의 핵심 경영 비전인 ‘AICT 전환’ 철학도 국감 이후 동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확대하며 AI 전문 법인 설립, AI 데이터센터 확충, 클라우드 고도화 등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행보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돼 KT 주가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현재의 정치·조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AI 투자·파트너십 협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취임 이후 AI와 통신을 결합한 신사업 구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던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정치권 이슈가 불거지면서 경영 전략보다 ‘리더십 리스크’가 더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국감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글로벌 파트너십 협상이나 투자 집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