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6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추석 연휴 기간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세가 뒤늦게 반영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됐다.
10일 발표된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됐지만, 이번 주는 삼성전자 실적 발표와 추가 경제지표를 앞두고 상승과 조정 요인이 맞물릴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주간 밴드를 3550~37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3~10일) 코스피 지수는 3549.21에서 3610.60으로 61.39포인트(1.73%) 상승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8.90포인트(1.38%) 오른 3598.11로 출발해 장중 한때 3617.86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 3600선을 돌파한 것은 2021년 고점 이후 처음이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이 홀로 1조599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매도 우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삼성전자(6.07%)와 SK하이닉스(8.22%)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번 상승세는 연휴 기간 미국 증시에서 AI 반도체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 뒤늦게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4.13% 급등했고, S&P500 지수도 2.59%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 지수는 1.97% 올라 전반적으로 미국 증시는 호조를 나타냈다.
특히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AMD는 2026년 하반기부터 오픈AI에 차세대 6기가와트 규모의 AI 칩(MI450)을 공급할 예정이다. 양사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AMD는 오픈AI에 자사 최대 1억 6000만주를 주당 1센트에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발행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AI 컴퓨팅 수요가 지난 6개월간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언급하며 AI 산업 확장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10일 발표된 미국 9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2.3%)를 웃돌았다. 근원 CPI도 3.3%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10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 폭을 두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도 10월 1일 시작된 이후 2주째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10월 3일과 6일 상원에서 각각 발의된 단기 예산안이 모두 부결됐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Everything Rally'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지속되면서 경제 지표 발표가 지연되고 AI 버블 논란이 이어지면서도, OpenAI와 AMD의 전략적 파트너십 발표 이후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이며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시에 관리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시기에 나타난 바 있으나, 현재는 금리 인하가 실제로 단행되기 전에 선반영된 기대심리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Everything Rally는 과거 연초의 제로금리 정책과 코로나19 이후 계속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셧다운이 장기화되어 10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될 경우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으나, 결국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주가의 우호적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4일에는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목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급 상황이 실적 서프라이즈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실적 전망치가 함께 상향 조정되고 있어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젠슨 황이 언급한 AI 컴퓨팅 수요 확대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AI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AI 전환 수혜가 기대되는 AI 소프트웨어 및 로봇 업종 중심으로 매수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MSCI 한국 지수는 연휴 기간 0.94% 상승하며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수세를 반영했다. 9월 말 1068.42에서 10월 10일 1078.35로 올라서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관심 업종으로는 반도체(삼성전자), AI 소프트웨어(LG씨엔에스), 로봇(원익홀딩스), 증권(키움증권), 음식료(삼양식품), 카지노(롯데관광개발) 등이 꼽힌다. 이번 주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는 15일 미국 10월 뉴욕 연은 제조업지수를 시작으로 16일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 10월 NAHB 주택시장지수, 17일 한국 9월 실업률과 미국 9월 주택건축공감 및 주택건축허가건수, 산업생산 등이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