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면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기업금융을 새 성장축으로 삼고, 정책금융기관 중심이던 생산적 자금 공급에 민간은행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약 1조8000억 원 늘며 증가세로 전환됐다.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하던 은행 자금이 기업대출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자본규제 완화에 나선 가운데,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키며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 혁신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대출 전략을 정례화하고 계열사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KB국민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기술창업 활성화 및 성장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해 10억 원의 보증료 지원금을 출연하고, 약 500억 원 규모의 보증서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정부의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맞춰 ‘생산적 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산업별 밸류체인 조사, 유망기업 발굴, 심사지원 기능 강화 등을 맡으며 산업 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기업 선별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ESG·혁신산업 중심의 금융 지원을 강화해 정부 정책과 보폭을 맞추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로봇·바이오 등 미래 산업과의 연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웨어러블 로봇기업 엔젤로보틱스와 ‘로봇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미래전략산업 공동 발굴’ 협약을 맺고 의료 리스와 할부 형태의 금융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로봇산업에 특화된 금융상품 출시와 해외 진출 지원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은 5년간 80조 원 규모의 투·융자를 추진하며 생산적 금융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와 함께 기술보증기금과 소셜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협약을 맺고, 5억 원을 특별출연해 185억 원 규모의 보증자금을 마련했다. 기술보증기금이 판별한 소셜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협약보증을 통해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역시 농업 관련 중소기업과 지역 기반 제조·유통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과 연계해 농식품 기술, 스마트팜 등 생산적 분야에 자금을 배분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은행의 자본여력을 넓혀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자금 조달 여건 개선을 목표로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주담대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 확대에 발맞추고 있다”며 “당국의 자본규제 완화로 기업대출 여력이 넓어진 만큼 중소기업 중심의 자금 흐름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