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신속 납기로 내수→수출 중심 발돋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
우주 방위까지 차세대 무기체계로 외연 확장

한국 방위산업은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불모지’에 가까웠다. 전쟁의 상흔 속에 해외 군수 지원 없이는 자주국방을 꿈꾸기조차 어려웠다. 노력 끝에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한때 ‘돈 먹는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그랬던 한국 방산업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수출 효자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K-방산은 어떻게 이런 변신을 이뤄냈을까. 불모지에서 효자 산업으로 그 변화의 궤적을 되짚어본다.
국내 방산업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설립부터다. 자주국방을 위해 ADD를 중심으로 총기와 포탄과 같은 기초 무기 생산 체계가 마련됐다. 1971년에는 최초의 국산 제식소총 M16 소총의 라이선스 생산이 시작됐고, 이후 미국 설계 무기와 탄약의 라이선스 생산도 이뤄졌다.
1970년대 후반에는 ADD가 첫 국산 미사일인 ‘백곰’ 개발에 성공했고, 참수리급 고속정 자체 개발·취역 성과 등을 거뒀다. ‘우리 손으로 무기를 만든다’는 상징성과 가능성이 처음으로 증명된 것이다.
1980년대 들어서는 육·해·공군 전력 보강을 위한 국산 무기 개발과 양산이 본격화했다. 1990년대에는 첨단 무기 체계를 도입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K9 자주포, KT-1훈련기,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천마 등 오늘날 수출 효자들이 이 시기 개발됐다.
1993년에는 K200 장갑차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면서 국내 방위산업 최초의 대규모 수출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방산업은 내수 중심에 머물렀고,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제한적이었다.
세계 시장에 K-방산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2006년 방위사업청이 개청하면서 수출 인프라를 구성하고 연구개발(R&D)도 강화됐다. K-9 자주포와 무인기, K-21 보병전투차량 등 육해공을 가리지 않은 첨단 무기 체계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해외 시장 진출도 활기를 띠었다. 유럽 국가들이 연이어 한국산 자주포를 도입했고, 동남아시아·중동 시장에서도 한국산 무기가 채택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핀란드와 K2 전차 1000대 규모 수출 계약이 성사되며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은 K-방산의 글로벌 도약을 이끄는 기폭제였다. 전 세계적으로 재무장 기조가 확산하면서 ‘가성비’와 ‘신속 납품’을 내세운 한국산 무기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방위산업을 미래 성장을 촉진할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K-방산은 이제 무인 체계, 위성·우주 방위산업까지 범위를 넓히며 차세대 무기체계로 나아가는 추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민간의 우주개발 참여 확대와 우주 영역의 국방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국내외 방산업체들이 우주개발의 주축이 되고 있다”며 “이는 주로 정찰·감시 임무 등을 수행하는 위성의 제작, 그리고 위성을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는 발사체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