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내년 은퇴 앞두고 승부수
석유 관련 종목, 유망 투자처로 파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버크셔가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의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 옥시켐을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래는 며칠 내 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버크셔는 2022년 보험사 앨러게니 인수 후 3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된다. 2011년 특수화학업체 루브리졸 인수 이후 화학 분야 두 번째 대형 M&A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 1월 경영 일선에서 은퇴를 앞둔 버핏 회장의 마지막 ‘코끼리 사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옥시덴털의 시가총액은 약 460억 달러로 이미 버크셔가 최대 주주다. 이번 거래 대상인 옥시켐은 정수용 염소 처리, 배터리 재활용, 제지 등에 사용되는 화학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6월 말까지 1년간 약 50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버핏의 옥시덴털 투자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키 할럽 당시 옥시덴털 최고경영자(CEO)는 아나다르코페트롤리엄 인수를 두고 셰브론과 맞붙었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중재 아래 버핏을 찾아가 자금 지원을 끌어냈다. 버크셔는 옥시덴털 우선주 100억 달러 상당을 구매하기로 했다. 수중의 풍부한 자금을 활용하고 싶은 버핏 회장과 재무상의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옥시덴털의 뜻이 맞아떨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유가가 치솟던 2022년 3월에도 버크셔는 옥시덴털에 거액의 투자를 했다. 이후에도 주식을 추가 매수해 2023년 9월 지분법 적용회사로 만들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옥시덴털이 발행한 주식의 약 27%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버크셔 보유 주식 종목 상위 7위에 올라 있다.
버크셔의 실탄은 넘쳐난다. 현금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440억91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0% 이상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버핏 회장이 이 자금을 어디에 쓸 지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2분기 버크셔 보유 종목 상위 5위인 셰브론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을 감안하면 석유 관련주를 유망 투자처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버크셔는 최근 중국 전기차(EV) 대기업 비야디(BYD)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 등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늘린 사실이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