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확장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은 비단 네이버만의 일이 아니다. 해당 국가 정부의 승인, 경쟁당국 심사, 투자 적격성 판단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수반하는 대규모 해외 전략 자산 인수의 일정 지연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해외 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며 사업 추진에 진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이 M&A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보다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했으나, 중국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SAMR)의 승인을 받기까지 약 14개월이 소요됐다. 대한항공의 경우에는 한진그룹이 2020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으나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EU 경쟁당국이 승인 지연 끝에 불허하며 결국 인수합병이 무산됐다.
각국 경쟁 당국에서는 독과점 우려나 산업 경쟁력 약화, 기술 유출 우려 등에 승인을 지연했다. 여기에 자국 산업 보호주의와 자국 이기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각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M&A 거래를 견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계약을 종료하기 위한 선행조건이 완료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 유동성 위기와 글로벌 신성장 분야 내 경쟁력 확대 차질 등의 문제를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기업의 M&A는 단순 경제 논리에 그치지 않고 외교와 안보, 더 나아가 기술 패권까지 이어지므로 국내 기업과 정부가 공동 전략을 펼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 시 승인 지연을 방지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법무법인 관계자는 “거래 초기 단계부터 각국의 외국인 투자 규제 및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 정부 신고 필요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다국적 실사를 통해 리스크를 파악해야 하며, 국제 중재와 분쟁 해결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 능력도 갖추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요구된다. 이 관계자는 이어 “ 전 세계 경쟁당국의 M&A에 대한 조사와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고, 각 국의 외국인 투자 또한 강화하고 있다”면서 “각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문제 제기가 있을 때 각 기업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 거래 종결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규제 동향에 맞는 정책 지원으로 기업의 문제없는 사업 확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