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벼 품종 개발·식품·산림 등 다양한 분야 활용 확산

종자 하나의 크기·색상·모양·표면 질감 등 11가지 특징을 단 1초 만에 자동 분석하는 길이 열렸다. 기존에는 숙련자가 1개 종자를 분석하는 데 5분이 걸렸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4만 개 종자도 하루 만에 처리할 수 있다. 4명이 40일간 작업해야 했던 일이 1명, 1일로 줄어드는 셈이다.
농촌진흥청은 자동화·데이터화 중심의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인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을 개발, 다양한 분야에 기술 이전해 농업현장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이 기술은 상업용 종자 62종(밀·콩·옥수수·고추·수박 등)에 적용된 결과 분석 정확도 97%를 기록했으며, 이는 미국·유럽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번 기술은 품종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작물 육종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필수지만, 기존 방식은 연구자의 경험과 수작업에 의존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데이터 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균일하고 객관적인 데이터 생산이 가능해 품종 선발의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현장 적용 범위도 넓다. 딸기 당도 판별, 사과의 흠집·멍 여부 구분, 팽이버섯 갓 수량 측정, 옥수수 낟알 수와 크기 확인, 국화 꽃 색상 분류 등 다양한 농작물 평가가 가능하다. 식품 산업에서는 제빵 과정에서 덜 익거나 타버린 빵을 자동으로 선별해 품질 관리를 효율화할 수 있고, 산림 분야에서는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고사리 포자의 발아율을 정밀 분석해 생태 복원에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국제 협력도 활발하다. 가나·세네갈 등 아프리카 15개국에서는 현지 기후에 적합한 벼 품종을 선발하는 데 이 기술을 활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종자기업·대학·연구기관 등에 36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졌으며, 생명정보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종자 형질 자동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은 영상촬영 장치 개발에 나서는 등 산업 확산도 빠르다.
농진청은 2017년 ‘작물표현체연구동’을 준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최초 ‘작물표현체 참조표준데이터센터’로 지정됐다. 벼 9품종의 표준 데이터를 생산해 누구나 활용 가능한 참조표준으로 제정한 것도 성과다. 앞으로는 밀·콩·옥수수·고추 등 주요 작물 65종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슈퍼컴퓨터 분석과 결합, 이상기후에도 강한 신품종 개발을 앞당길 계획이다.
김남정 농진청 농업생명자원부장은 “스마트 농업 고도화 정책과 맞물려 이번 기술은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것”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줄이고,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