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인도네시아여야 할까?’
한국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나라이다. 그런 만큼 희망과 기회를 가지고 도전하기보다 절망하는 헬코리아 나라가 되고 있다. 그렇다. 한국은 기득권에 싸여 있고,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8%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0% 정도이니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러나 사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한국은 너무 좁다. 미래 한국 청년들이 아시아에서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희망과 도전의 비전을 찾아보시기를 바라면서 자카르타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마침 한국에는 트럼프가 참석하는 APEC이라는 단어로 들떠 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만나 당면한 문제를 함께 풀어내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행사에 목적과 주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떤 행사든 목적과 방향이 제시될 때 그 행사는 알찬 컨텐츠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올해의 주제는 “지속가능한 미래: 연결, 혁신, 번영”이다. 각 국가는 APEC을 통해 더 연결하고, 더 혁신하며,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논의하고자 한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국가들이 청년들에게 미래를 위한 희망과 도전기회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청년들의 기회는 어디일까. 많은 해외를 다녀본 결론은 ‘지화자(지금의 기회는 자카르타)’이다. ‘2억9천명의 나라 인도네시아는 기회이고, 중국은 거울’이다. 중국에 가면 한국의 현재를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가장 웃음이 많은 나라이다. 가슴으로 영업하면 천당 같은 나라이고, 머리로 영업하면 지옥 같은 나라이다. 인도네시아는 천 명의 친구는 너무 적고, 1명의 적은 너무 많다고 하는 나라이다. 청년을 위해 5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첫 번째 질문이다. 인생은 언제 시작되는가?
인생은 꿈을 꿀 때 시작된다. 꿈이 없으면 인생은 시작도 안 된 것이다. 그런데 혼자 꾼 꿈은 그냥 꿈이다. 함께 꿈을 꿀 때 현실이 된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창업을 권한다. 국제공동창업이면 더 좋다. 企業이란 ‘사람이 모여 업(미션)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다. 기업에는 2가지가 있어야 한다. 사람을 모으는 꿈(미션)이 있어야 하고, 꿈을 함께하는 사람(동지)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정신이 기업가 정신이다.
두 번째 질문이다. 당신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꾸는 꿈‘이 있는가?
의사, 판사, 기업가,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하고 싶은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꿈이란 머리로 계산한 직업이 아니라, 가슴으로 품은 소명이어야 한다. 철학이 없는 목표는 흉기가 된다. 똑똑했지만 철학이 없었던 히틀러는 5천만명을 죽였다. 그러나 가슴을 울리는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 꿈이 있다'(I have a dream)는 메시지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온 꿈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내가 세상을 위해 해보고 싶은 것이 뭘까? 우리 주변에는 ‘머리’와 ‘지식’으로 만들어진 정치가, 법률가가 우리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세 번째 질문. 지금 어디가 기회일까?
인생은 타이밍이다. 꿈에 타이밍(시간)을 합치면 기회가 된다.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세상은 넓고, 한국은 좁다. 한국의 뉴스에는 대부분이 한국 뉴스이고 해외 뉴스는 거의 없다. 그만큼 한국의 리더나 정치인들은 글로벌 시각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다. 이것은 잃어버린 30년을 만든 일본의 정치인과 너무 비슷해서 걱정이다.
우리 청년들이 한국에만 머무르면 숨 막힐 수 있다. 기득권의 벽은 높고, 시스템은 경직돼 있다. 갈라파고스의 나라가 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넓다. 넓은 세상에서 여러분의 꿈을 펼쳐볼 기회를 찾아보길 바란다. 해외로 나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외에서는 한국을 좋아한다. 최근 한국은 한류의 영향으로 아세안 청년들이 한국을 신뢰하고 미래에 가장 관심이 있는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2021년 한-아세안센터의 한-아세안 청년 상호인식도 조사에서는 현지 아세안 청년의 93.6%가 한국을 “가장 신뢰하는 국가”로 선택했다.
그래서 내가 만난 많은 한국 청년들은 대부분 놀라울 정도로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다. 손흥민,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BTS만이 아니다.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 가면 엄청난 인재가 되는데, 국내에서는 청년들이 대부분 힘들어한다. 결국 점점 ‘헬 코리아’가 되고 있다.
네 번째 질문. 아직도 시험용 영어를 준비하고 있는가?
더 이상 시험치는 한국에서 영어공부하지 말고, ‘현지에서 말하는 영어’에 도전’하길 바란다. 영어는 세상에서 주어진 기회이자 사람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도구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영어는 세상을 연결하고 기회를 만든다.
아시아는 당신이 말하는 영어를 배울 좋은 곳이다. 내가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대학은 학교에서는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영어만 사용하도록 한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하면 좋다. 일단 주변을 살펴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면 돈이 없어도 영어를 배울 곳이 많이 있다.
청년들이 영어를 하면 아시아의 청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영어를 해야 세계가 내 것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청년들의 최대 강점은 영어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영어가 자유로운 싱가포르와 홍콩의 청년들이 세상의 많은 기회를 가져가는 이유다.
다섯 번째 질문. 기버가 되겠는가, 테이커가 되겠는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주변의 똑똑한 인재들도 가장 큰 문제가 ‘이기주의’이다. 개인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 사회 이기주의, 국가 이기주의, 사업부간 이기주의까지. 이 모든 것들의 결과를 보라. 하나같이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
협력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나뿐인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내 일만 하는 사람은 내일이 없다. 여러분이 가진 최고의 재산은 여러분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동료들이다.
세상을 위한 꿈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이타적인 것이다. 그러니 기버가 되자.
한국에서 힘들어하는 청년 여러분, 해외에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아시아에서 1년 정도 해외 생활 경험에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당신이 한국을 떠나 세상에 기회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ESG 3가지를 준비해 보시기 제안한다.
첫째, 말하는 영어(English)에 도전하시길 바란다. 영어는 소통을 넘어 해외에서의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다른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도구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에 가서 생활영어를 하는 기회를 가지시길 바란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은 너무 비싸다. 인도네시아 영어대학에서 6개월만 공부해도 세상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인생의 큰 힘이 될 것이다. 세계가 내 것이 되면 청년 여러분의 인생은 희망과 도전의 인생이 될 것이다.
둘째, 사회(Society)를 생각하라.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세상을 위해서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지 세상의 꿈을 생각해보자. 인간(Human)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인 인간의 사람(Human Being)’으로서 내 인생에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그러면 일은 더 이상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 된다. 소명은 여러분이 일과 돈을 위해 고생하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즐겁게 꿈에 도전하면서 일하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는 자본이 아니라 자본주의 정신에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 정신의 원류인 칼뱅의 직업소명설이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셋째, 친구들에게 더 주는 기버(Giver)가 되시기를 제안한다. 인생의 정상은 타인의 것을 빼앗아 오른 자리가 아니라, 나눔과 베풂으로 함께 오른 자리다. 그 자리에 선 사람을 아담 그랜트(Adam Grant)는 ‘기브 앤 테이크’ 책에서 기버라고 부른다. 인생의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은 나 혼자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누는 사람이다. 경쟁보다는 협력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받는 이기적인 인생보다 이타적인 인생에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큰 세상에서 희망과 도전을 찾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가슴에서 나온 꿈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김기찬 교수는 현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교의 국제총장이자, aSSIST 석좌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