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프랑스 혁명의 끝은 콩코르드(포용)다

입력 2025-08-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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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르드 광장은 분열의 시대를 건너는 다리이자, 화합의 공간이 되었다

지금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중심무대였다. 프랑스 대혁명의 출발은 파괴였다.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바스티유 감옥은 민중의 분노 속에 무너졌고, 왕정은 해체됐다. 애초 이곳은 루이 15세 광장으로 불렸지만, 혁명 직후 '혁명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곳에 단두대가 설치됐고,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곳에서 처형됐다. 1년간 1,100명이 넘는 이들이 이곳에서 처형됐고, 피의 정치의 공간이었으며 공포정치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1795년 프랑스는 이 광장의 이름을 '콩코르드'로 바꿨다. 이는 복수에서 화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아가려는 선언이었다. 혁명은 갈등이었지만, 혁명의 끝은 포용의 시작이었다. 프랑스어 '콩코르드(Concorde)'는 '함께(con)'+'마음(cord)'에서 비롯된 말로, 마음이 함께하는 것을 뜻한다. 갈등은 머리로 시작되지만, 평화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콩코르드는 가슴이 만나는 곳, 갈등이 아닌 평화의 시작점이었다. 문명은 포용과 화합의 과정이다.

콩코르드 광장 앞 세느강에는 다리가 하나 있다. 그 다리는 프랑스 혁명 직후 바스티유 감옥을 부순 벽돌로 만들었고, '콩코르드 다리'로 명명됐다. 콩코르드 다리는 분열의 시대를 건너는 다리이자, 화합의 다리가 됐다. 프랑스 혁명은 바스티유를 무너뜨리고 콩코르드를 세운 것이었다. 파리 혁명의 광장은 프랑스 혁명 이후 콩코르드(화합) 광장이 됐고, 복수의 정치를 넘어 공존과 미래의 공간이 됐다.

1791년 건설된 콩코르드 다리는 감옥이라는 억압에서 소통하고 포용하는 다리로 탈바꿈했다. "바스티유는 무너졌고, 콩코르드는 세워졌다." 콩코르드 다리는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아가는 문명적 상징이 됐다.

프랑스 혁명의 두 정신은 바로 톨레랑스(포용·관용)와 앙가주망(실천)이다.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선을 실현하려는 포용'이 톨레랑스이고, '앉아 사유하라, 그리고 일어나 행동하라'는 정신이 앙가주망이다. 프랑스 혁명은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과 이를 실천하는 행동정신이었다.

프랑스 혁명은 '국민을 포용하지 못한 왕정'에 대한 톨레랑스의 저항이며, 종교적·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계몽에 대한 앙가주망의 실천이었다. 톨레랑스는 단순한 관용이 아니라, 다름을 견디는 용기이며, 인간의 존엄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근대 사회계약의 핵심 가치다.

프랑스 혁명은 톨레랑스가 없고 국민을 포용하지 못한 왕정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해체를 시도한 것이다. 톨레랑스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전제로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계몽사상의 핵심이다.

프랑스 계몽주의는 단지 사유에 머무르지 않았고, 실천을 향한 철학적 용기로 이어졌으며, 20세기의 사르트르에게 이르러 '앙가주망'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됐다.

프랑스 혁명은 톨레랑스에 대한 계몽에서 시작됐고, 그 중심에 볼테르가 있다. 그는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하며 관용과 포용의 철학을 정립했다.

톨레랑스는 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일어나 행동하라.' 이것이 앙가주망이다. 앙가주망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에 맞서 행동하는 실천적 지성이다. 계몽이 혁명으로 나아간 이유는 그 사유가 현실을 바꾸려는 용기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건너편 세느강변을 건너면 계몽주의자들이 모여 사유하고 커피를 마셨던 공간, ‘르 프로코프’가 있다. 1686년 문을 연 프랑스 최초의 커피하우스로서,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프랑스 계몽주의 정신의 발화점이었다.

르네상스를 통해 중세의 수동적 인간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재탄생했다. 이 르네상스 문명이 축적돼 계몽주의로 이어졌고 그 지적 중심이 바로 르 프로코프였다.

파리 라탱 지구 소르본대학 근처에 위치한 르 프로코프에는 지식인과 철학자들, 혁명가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토론을 시작했다. 볼테르는 하루에 40~5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지며 커피는 그의 이성을 깨우는 촉매가 됐다. 이곳의 대표적 고객에는 디드로, 달랑베르, 몽테스키외, 루소 등이 있었다.

드니 디드로와 장 르 롱 달랑베르는 이곳에서 세계 최초의 집단 지식 체계인 '백과전서'를 기획하고 원고를 구성했다. 볼테르, 루소, 케네 등의 철학자들도 집필에 참여해 중세의 어둠을 걷어낸 계몽주의 지식의 총체적 집대성을 이룩했다.

이 백과전서는 후일, 근대 공화주의, 인권, 민주주의의 철학적 기초가 됐으며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론은 미국 헌법과 전 세계 민주주의의 기초가 됐다.

르 프로코프는 곧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의 발화점으로 기능했다. 혁명 당시 이곳은 혁명군의 본거지로 사용됐고 당통을 비롯한 자코뱅파 혁명가들이 모여 시민 혁명과 공화주의를 논의한 장소가 됐다.

혁명에 동조한 시민들은 이곳에 모여 ‘자유, 평등’을 외쳤고, 반혁명적 인쇄물을 카페 문 앞에서 불태우는 상징적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자코뱅당이 상징처럼 착용하던 ‘붉은 프리지안 모자’도 이곳에서 처음 등장했다.

심지어 프랑스 대혁명 직후 흑인 노예 해방운동 단체인 ‘흑인의 벗들의 모임’의 유럽 본부도 르 프로코프에 설치될 만큼 이 공간은 혁명정신의 확산 기지로 기능했다.

르 프로코프는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정신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도 했다. 미국의 건국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파리에 외교관으로 머물며 르 프로코프의 단골이었고, 볼테르의 관용과 자유 철학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 지금도 르 프로코프 2층에는 프랭클린의 이름을 딴 방이 마련돼 있으며 그의 사유의 유산은 여전히 그 공간에 남아있다. 포용과 자유는 미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됐고 겸손과 절제는 미국 자본주의의 핵심 윤리가 됐다.

이 정신은 그가 개발한 13가지 자기 계발 덕목으로 구체화됐고 이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미국 자본주의 정신의 원류로 지목됐다.

저자 소개

김기찬 교수는 현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교의 국제총장이자, aSSIST 석좌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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