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C ‘실적 방어막’이지만…중장기적 대응 시급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의 거센 공세에 밀리면서 수성 국면에 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시장 내 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지자, 골든타임을 넘기기 전에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30일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6.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5.4%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반면 올해 상반기 중국계 배터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77.8%에 달한다. 5년 전만 해도 42%대였던 중국 기업들이 독주 체제를 시작한 셈이다.
개별 기업을 비교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에서 중국 CATL과 BYD의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각각 37.9%, 17.8%로, 지난해보다 각각 0.2%, 2.4%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12.3%에서 9.4%로, SK온은 4.8%에서 3.9%로 줄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진 데에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영향이 크다. 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진출을 빠르게 확대하자, 기술력과 안정성을 내세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한 것이다.
실제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kWh(킬로와트시)당 115달러로, 전년보다 20%나 하락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중국산 배터리 평균 가격은 94달러 수준으로, 미국과 유럽보다 30~40% 더 저렴했다.
그나마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을 지탱하는 것은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가 받 AMPC 보조금은 총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2분기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4908억 원, SK온은 2734억 원을 받아 각각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방어막’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AMPC는 2032년 종료되는 일시적 장치인 데다가, 북미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면 AMPC 수혜도 줄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로는 비자 불확실성까지 커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9월 30일부터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줄어 전기차 수요 회복만을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미 생산 거점 마련과 기술력 초격차 확보 등 기업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중국의 가격 공세를 넘으려면 정부 지원책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