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배임죄 폐지…110개 형벌규정 개선

입력 2025-09-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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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
배임죄 폐지…'요건 명확화·처벌 축소' 대체입법 마련
형벌 완화+금전책임 강화…경미한 위법 과태료 전환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가 형법상 배임죄를 전격 폐지한다.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넓어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요건을 명확히 하고 처벌범위를 축소한 대체입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1차적으로 위반 정도에 비해 형벌이 과도한 경제형벌 110개 완화를 추진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당정협의에서 발표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에 따르면 이번 방안의 핵심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다.

형법 제355조에 규정된 배임죄 요건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로, 이 요건에 해당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가 최근 5년간 선고된 배임죄 판례 33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구성 요건이 모호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재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기업 외 민사상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봤다. 때문에 기업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하는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를 추진하는 한편, 임직원의 법인 자금 사적 사용·영업비밀 유출 등 중요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입법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대체입법은 주체·행위 요건 등을 구체화해 기업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적용 범위를 줄여 처벌 강도를 완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배임죄가 연내 폐지될 경우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2년 만이 된다.

배임죄 폐지 논의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7월 비상경제점검 TF에서 "과도한 경제형벌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본격화했다. 정부는 지난달 기획재정부·법무부 차관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구성해 1년 내 전부처 소관법률 중 형벌 관련 규정 '30% 정비'를 목표로 자체 개선과제를 발굴했다.

이번 1차 방안에서는 배임죄 폐지와 함께 우선 추진 가능한 기업·국민 체감형 과제 110개가 포함됐다. 정부가 파악한 경제형벌은 약 6000개로, 110개는 1.6% 수준이다. 다만 전체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아 모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30%=2000개'가 아니라는 의미다. 강기룡 정책조정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개선해야 할 경제형벌이 몇 개인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책임주의 원칙에 비춰 형벌이 과도한지 △시대변화로 형사처벌이 불필요한지 △행정제재 등 형벌 이외 수단으로 법익 보호가 가능한지 △다른 법률 조항과 비교해 형벌수준이 과도한지 △해외사례와 비교해 형벌이 적정한지 등 5대 원칙을 토대로 경제형벌 완화를 추진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는 선의의 사업주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법 위반 양벌규정에 대해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주에게 면책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양벌규정에 면책규정이 미비한 경우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 위반 시 현행 벌금 최대 2000만 원에서 상당한 주의·감독의무를 다한 사업주는 면책받게 된다.

또한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 중심의 경제형벌이 사업주의 형사 리스크를 키우고 위법행위 억제효과 등은 미흡하다는 판단에 형벌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도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선박화물 손해보상을 위해 선주들이 출자해 만든 선주상호보험조합 임원이 조합 이익을 부당하게 배당할 경우 현행 징역 7년·벌금 7000만 원에서 징역 최대 3년·벌금 최대 3000만 원, 피해자에 대한 손배책임(손해액 2배 이내)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불법행위 피해보상 없이 임원 등에 형벌만 부과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배달로봇 등 실외이동로봇 부품 등 경미 사항을 사전 승인없이 개조한 경우 징역 최대 3년·벌금 최대 3000만 원을 규정한 지능형로봇법의 경우 형벌을 폐지하고 과징금을 최대 5000만 원 부과할 계획이다. 안전 영향이 적은 부품 크기 등 경미한 변경은 생명 등 위험이 심화된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형벌은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경미한 위반은 형벌에서 과태료로 전환한다. 트럭 짐칸 크기 변경 등 경미한 튜닝에 대해 미승인 시 징역 최대 1년·벌금 최대 1000만 원을 규정한 자동차관리법은 시정명령 및 과태료 최대 1000만 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미용실 등 공중위생영업 상호명 등 변경신고를 안 한 경우 징역 최대 6개월·벌금 최대 500만 원을 명시한 공중위생관리법은 법 위반 시 과태료 최대 100만 원을 부과한다.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 '선(先)행정조치-후(後)형벌'로 완화한다. 버스업체가 인가 없이 노선 변경 등을 한 경우 벌금 최대 1000만 원에서 시정명령 미이행시 형벌로 완화한다.

타법과 형평성을 고려해 형량을 줄이거나 존치 필요성이 낮은 형벌은 폐지한다. 식품위생법은 급식소 운영자가 조리사 등을 고용하지 않은 경우 징역 최대 3년 등의 처벌을 받지만 '소비기한이 경과한 식재료 사용' 등과 동일한 형량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징역 최대 1년 등으로 완화한다. 은행이 고객의 외환거래가 합법적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징역 최대 1년 등을 부과하는 외국환거래법은 관련 형벌을 폐지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1차 개선안에 담긴 입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해 일괄개정을 추진하고 10월 이후 추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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