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태로 국민 불편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온라인 민원 발급이 불가능해 주민센터마다 긴 줄이 늘어섰고, 인터넷 우체국 접속이 끊기면서 택배 접수와 배송 조회가 중단됐다. 은행 창구에서는 공공인증 연계 서비스 오류로 계좌 이체와 대출 상담이 지연되는 등 생활 전반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문제는 이 불편이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무너졌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준다.
정부는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신속한 정부 시스템의 복구와 가동, 국민 불편의 최소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또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만큼 국민이 명절을 지내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피해 현장을 찾아 상황과 복구 계획을 논의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정부가 국가 전산 인프라 사고에 대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중대본을 운영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단순한 IT 장애가 아닌 국가 차원의 위기 상황으로 규정한 것이다.
국가 핵심 전산 인프라가 단 한 번의 화재로 무너져 국민 생활 전체가 마비된 이번 사태는, 단순한 IT 사고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리스크’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행정·금융·물류·통신을 모두 연결하는 전산망이 화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는 점에서 재난 대응 체계와 이중 백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운호 서강대 교수(전 정부 정보화담당관)는 “이번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 화재는 국가 전산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한 사고다. 핵심 문제점은 구조적 설계 문제, 백업 시스템 미작동, 네트워크 자동 절체 실패 등 복합적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