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표 호조·매파 한은 빌미나 5500억달러까지 요구하는 대미 관세협상 난항이 원인
내주 30년물 입찰에 장기물 변동성 예상...저가매수보단 리스크 관리 나설 때

채권시장이 사실상 패닉장(금리급등)을 연출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95%에 바싹 다가서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막판 일부 되돌림하기도 했지만 이같은 분위기를 되돌리기엔 힘이 부친 모습이었다.
밤사이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미국채가 약세를 보였고, 최근 한국은행이 연이어 매파적(통화긴축적) 입장을 내비친 것은 빌미가 됐다. 다만, 더 큰 원인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및 관세협상에 대한 우려감이 컸다. 외국인은 국채선물시장에서 대량매도에 나서면서 약세장을 주도했다. 외인은 주식과 원·달러 환율 시장에서도 원화자산을 매도, 코리아셀(한국자산 매도) 패닉장을 이끌었다. 장중 약세가 지속되면서 패닉셀도 이어졌다.
다음주부터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10월 국고채 경쟁입찰이 시작된다는 점도 장기물엔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재부는 29일 2년물 2조4000억원을 시작으로, 30일 30년물 4조4000억원, 10월2일 국고10년 물가채 1000억원의 국고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한마디로 원화자산 셀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다음주 30년물 입찰도 예정돼 있어 장기물로는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고 봤다. 금리가 크게 올랐고, 추석 긴 연휴를 앞둔 캐리수요를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일단은 저가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나설때라고 진단했다. 미 상무부에서 기존 합의규모 3500억달러가 아닌 5500억달러 요구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는 만큼 대미 관세협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협상이 타결수순으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채권은 물론 주식·환율을 포함한 코리아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한은 기준금리(2.50%)와 국고3년물간 금리차는 6.2bp로 확대됐다. 이는 2023년 12월1일(8.7bp) 이후 1년9개월만에 최대치다. 양 금리차는 전날 정상화된바 있다. 국고10년물과 3년물간 장단기 금리차는 2.4bp 확대된 38.1bp를 보였다. 국고30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역전폭은 13.1bp로 확대돼 7월15일(-13.3bp) 이후 가장 컸다.
12월만기 3년 국채선물은 10틱 떨어진 106.88을, 10년 국채선물은 52틱 하락한 117.48을 기록했다. 30년 국채선물은 98틱 떨어진 143.6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3선을 2만7741계약 순매도해 5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특히 24일 2만9449계약 순매도를 시작으로 사흘연속 1만계약 넘게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10선에서도 1만2290계약을 순매도해 사흘째 매도했다. 이는 19일 1만6757계약 순매도 이후 가장 큰 폭의 매도세다. 반면 금융투자는 3선을 2만3084계약, 10선을 7814계약 순매수로 대응했다.

이어 그는 “다음주부터 또 (국고채) 입찰이 대기중이다. 이래저래 저점매수가 의미없어 보인다. 리스크관리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판단된다. 시장이 자체적으로 진정되고 돌아서는 걸 확인하고 매수에 나서도 전혀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장기금리는 좀 더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어 보인다”며 “주식도 원·달러 환율도 모두 셀 분위기가 과한 듯 싶다. 곱씹어보면 3500억달러 대미투자에 대한 협상이 원화 매도 달러 매수가 시작된 시점인 것 같다. 미 상무부가 550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 협상이 잘 끝나간다는 신호가 나오고 외환시장이 안정을 줄 때 채권시장도 진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외국인이 연이어 국채선물을 대량매도하면서 롱포지션들의 손절이 나온 것 같다. 금리상단이 다 무너지면서 10선이 장중 원빅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오후들어 장기물 금리가 더 오르면서 패닉셀이 나오는 분위기도 있었다. 밀릴때마다 들어왔던 저가매수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은이 연이어 매파적 스탠스를 보였다. 환율 불안으로 터미널금리가 2.25%에 그칠수 있다는 우려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주말 PCE 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고, 다음주 30년물 입찰을 맞이하게 되면서 쉽지 않은 모습”이라며 “다만 10년물이 3%에 근접했고 연휴를 앞둔 캐리수요가 들어올 수 있다. 추가적인 오버슈팅보다는 적정레벨을 탐색하는 과정이 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