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책 총괄은 무슨, 앞으로는 분수에 맞는 업무만 하면 되겠네요"
이재명 정부의 금융당국 개편 구상이 갑작스럽게 철회되면서 기획재정부가 술렁이고 있다. 예산 기능을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대신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하기로 한 것이 불발된 탓에 신설될 재정경제부에는 경제정책 실행 3대 수단인 예산·세제·금융 중 세제만 남았기 때문이다. 반면 향후 예산·통계관리 등을 담당하게 될 국무총리실의 위상·권한은 대폭 강화할 전망이다.
2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은 25일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정부조직법 개편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 재경부 이관이 취소되면서 내년 출범 예정인 재경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위상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 예산 기능을 총리실 산하 예산처로 넘기고 경제정책과 세제, 국고, 금융 기능을 총괄한다는 구상이 어그러지면서 사실상 예산 편성권만 내어 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당정의 이번 결정 직후 기재부에서 "재경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으며 경제정책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이 출입기자단에 배포되자 기재부 실무진을 중심으로 들끓는 분위기다.
기재부 내부망 '공감소통'에는 금융기능 이관 무산에 따른 불만과 간부를 성토하는 글이 25일을 기점으로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특히 "경제정책 총괄은 무슨, 앞으로는 분수에 맞는 업무만 하면 되겠다"는 내용의 글에는 "직원들 괴롭히는 것만 잘하는 듯", "방구석에서만 여포들이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우리 부 간부님들은 반성하셔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쓴 기재부 직원은 "본인들의 영전, 이번 정권의 손발이 되겠다는 마음만들 앞세워 직원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업무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다른 직원은 "지금도 잘 안 되는 경제정책 총괄 조정이 예산 기능 순유출만 있는데 어떤 메커니즘으로 강화될 수 있는 것이냐"며 "기능이 줄었는데 역할이 강화되는 획기적인 방안이 있냐"고 적었다.
기재부 과장급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금융감독원 등 정부 조직개편 대상 기관이 똘똘 뭉쳐 성과를 얻어낸 것과 달리 이번 조직개편 중심에 있던 우리 부는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도 시위하자는 웃픈 소리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기재부의 예산 기능과 외청이었던 통계청은 본래 조직개편 구상대로 각각 기획예산처와 국가데이터처로 격상돼 총리실 소속으로 이관된다. 이에 더해 범정부 검찰개혁 추진단까지 총리실 산하에 설치된다. 기재부의 기능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그간 부처 간 조정·협의 역할에 머물렀던 총리실이 예산과 데이터 관리, 사법개혁까지 아우르면서 권한과 위상이 대폭 커지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