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민주당은 정부조직법과 각종 민생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처리했다. 입법 속도가 거침이 없다. 과반 의석을 앞세운 독주, 독재라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진다.
하지만 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국민의힘, 제1야당의 무력함은 더 큰 문제다. 스스로 균열을 키우고 배를 가라앉게 만든 뒤 파도에 떠밀린 신세다.
국민의힘 지도부들의 발언을 매일 같이 받아 쓰다 보면 '독재'라는 말 셀 수 없이 듣는다. 남탓(남의 탓)만 하고 있다. 그새 잊은 듯하다. 국민의힘이 왜 이렇게 힘이 빠졌는지. 자신하고 외쳤던 개혁은 있었는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말처럼 '침몰하는 배'인지도 묻고 싶다.
돌아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갈등과 싸움은 ‘정책’이 아닌 ‘편’ 때문이다. 줄 세우기, 계파 다툼, 공천 전초전. 그러다 보니 초선 의원들도 “도대체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하느냐”며 회의를 토로한다. 여당과의 싸움도 있지만 당내에서 서로를 향한 칼끝이 멈추지 않았었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그로 인한 결과는 오늘날과 같은 입법독재 앞의 무력함뿐이다.
민주당은 입법을 쓸어 담듯 처리한다. 정부조직 틀부터 민생까지 민주당식 프레임으로 국회를 덮고 있다. 국민의힘은 목소리를 높이고 성과없는 과정만 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국민이 이를 ‘민주당의 독주’라기보다 ‘제1야당의 무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독주도, 야당의 무력함도 결국 국민의 고통 위에 세워져 있다. 국민의힘이 답해야 할 질문은 싸움의 기술이 아닌 정치를 왜 하고 있느냐는 근본의 물음이다.
그때 흙탕물이 흐를 때 누군가는 닦아야 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한 채 방향 없이 달린 탓이다. 승리를 위한 정치보다 갈등을 조율하는 기술과 책임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의 쓸쓸한 고백은 이 땅 정치의 민낯으로 보여 더욱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