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무제한 필리버스터에 민주당 전략 변경
與 “정부조직법 필리버스터, 野 발목잡기” 비판

정부조직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는 여당이 야당과의 합의가 어렵게 되자 금융위원회 기능을 분리하는 안을 정부조직법에서 빼고 비쟁점 법안을 추후에 처리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야당의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하는 이른바 ‘무한 필리버스터’에 따른 국회 마비 사태를 막고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에 열린 본회의에 정부조직법,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증인·감정법) 등 쟁점법안 4개가 상정됐다. 이외에 여야 이견이 없는 경주 APEC 결의안, 산불피해지원대책 연장건 등 7개 법안까지 총 11개가 올랐다.
이는 당초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총 69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쟁점 법안뿐 만 아니라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시급한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필수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여야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 등 4개 법안을 우선 상정해달라고 의장께 요청드렸다”며 “(국민의힘과 추가 협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조직법 합의 처리를 위해 정부조직법에서 금융위원회의 정책 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의 내용을 빼는 등 한발 물러섰지만 끝내 야당과 합의하지 못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조직 개편 신속 처리로 정부조직 안정에 기여하나 현재 여야의 대립으로 필리버스터는 물론 패스트트랙 지점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조직 개편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정부조직법 원안을 야당에 반대로 수정안을 낼 수밖에 없는 통탄스러운 상황이 왔다”면서 “정부조직법을 필리버스터를 걸어 저지하겠단 것은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겠다는 것을 발목잡고 저지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에 대해 한 발 물러서고 비쟁점 법안보다 쟁점 법안을 우선 상정한 건 야당의 무제한 필리버스터에 따라 국회 마비가 우려되자 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법안 처리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당초 계획대로 69개 법안을 상정하고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게 될 경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최소 69일 간 필리버스터를 하게 된다. 내달 추석 연휴에 이어 국정감사까지 예정돼 있는 만큼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가 실시될 경우 국회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조직법에 대해 야당이 이렇게 까지 필리버스터를 걸면서 반대해 온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야당에서 필리버스터를 걸고 비협조한 것 때문에 자꾸 변경사항이 생기고 있다”며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