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근로시간' 격차 여전히 250여 시간
단기근무와 시간제 많은 일본 특성도 배경

지난달 정부가 밝힌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정부가 월 20만~50만 원의 장려금을 준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277억 원을 새로 반영했다. 자연스레 현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주 4.5일제, 나아가 근로시간 단축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중소기업 상용 근로자의 주 36시간 이하 근무 비중은 2014년 9.3%에서 지난해 26.9%로 올랐다. 변동폭이 17.6%포인트(p)에 달했다. 이 기간 대기업의 증가 폭(8.9%→24.8%)보다 오히려 1.7%p 컸다.
평균 근로 시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빠르게 감소 중이다. 우리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4년 2392시간에서 2024년 1865시간으로 급감했다.
유사한 환경을 지닌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일본은 사실상 정체됐다. 다만 우리의 연간 근로시간은 여전히 OECD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고, 일본은 OECD 평균보다 근로시간이 여전히 짧다.
공휴일은 일본이 소폭 많거나 유사하다. 작년 기준 한국의 공휴일은 15일로 17일인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정부가 결정하는 임시공휴일ㆍ선거일에 따라 유사해지거나 일본이 1~2일 더 쉬기도 한다. 주말과 일부 기념일이 겹치면 다음날을 대체 공휴일로 지정하는 제도 자체가 일본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언뜻 근무 일자가 유사하니 두 나라의 근로자가 비슷한 근로시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을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2024년 기준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865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2000시간을 훌쩍 넘었던 수치에서 200시간 이상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일본은 1607시간으로 한국보다 짧지만 최근 5년 사이 큰 변동이 없다. 사실상 1600시간 수준에서 정체된 셈. 두 나라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2004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392시간으로 당시 OECD 평균(17700시간대)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이미 OECD 평균과 유사한 1840시간을 일했다. 2006년부터는 OECD 평균보다 낮은 1750시간 수준을 유지하기도 했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이 크게 감소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2004년 7월부터 본격화한 주 5일제 도입이다. 뒤이어 2018년에는 주 52시간제를 적극 도입하면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제도 변화뿐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조업 비중이 줄고 서비스업·IT 업종이 커지면서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유연해졌다는 것. 그러나 중소기업과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에겐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됐다는 게 문제다. 우리에게는 제도와 현실의 틈새를 줄이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두 나라 모두 과거와 비교하면 장시간 근로 억제에 나섰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한국은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완화형’ 변화라면 일본은 법적 상한을 두어 ‘구속형’ 장치로 접근했다.
그 결과 한국과 일본의 연간 근로시간 격차는 2014년 400시간 이상에서 최근 250시간 안팎으로 좁혀졌다. 여전히 한국 근로시간이 OECD 평균보다 길지만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이라는 이미지는 점차 옅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근로시간이 짧다는 통계 가운데 일부는 ‘통계적 오류(Statistical Fallacy)’라고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시간제 단기 근로, 4시간 단위의 아르바이트 등이 성행하는 일본의 특성상 근로시간이 짧아 보이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