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아파트 단지가 지루하고 영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서울이 기회를 잡을 순간이다. 서울은 세계 최초로 ‘인간적인 도시(humanized city)’가 될 수 있다.”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26일 개막한다. 토마스 헤더윅 총감독은 서울건축비엔날레는 전문가를 위한 자리가 아닌 시민을 위한 축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건축이 변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토마스 헤더윅은 영국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도시건축을 논의하는 국제적 플랫폼이다. 2023년 도시건축비엔날레에는 약 10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올해 주제는 올해 주제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이다.
서울비엔날레 기간 다양한 작품 전시도 이뤄진다. 올해는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주제전: 보다 사람다운 건축 △도시전: 도시의 얼굴: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 △서울전: 펼쳐보는 서울 △글로벌스튜디오: 당신의 감성 도시, 서울 등 4가지 전시가 예정돼 있다.
토마스 헤더윅 감독은 건물은 사람들의 감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0%가 건물이 자신의 마음과 기분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며 “전 세계 도시에는 훌륭한 미술관, 놀라운 오페라하우스 등이 세워졌지만 일상의 99%를 차지하는 건물들은 점점 더 비인간적이고 무미건조하며 생기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의 건축물의 수명은 더욱 짧다. 토마스 헤더윅 감독은 “영국 주택 평균 수명은 77년, 미국은 55년이다. 그러나 한국은 평균 28년”이라 말했다. 이어 “건설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가 항공 산업의 5배에 이른다”며 “빨리 빨리 문화와 비용 절감은 영혼 없는 건축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이처럼 도시 문제 해법을 고민하고 사람을 위한 건축문화를 교류하는 자리다. 토마스 헤더윅 감독은 업계 종사자가 아닌 시민들이 목소리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는 대화의 장을 통해 개발업자와 도시계획가들이 이제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건축물 수명이 다한 후 사람들이 철거하자가 아니라 저 집은 좋은 곳이니 수리, 보수하고 재활용하자는 사회가 왔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속가능성과 좋은 디자인의 건축물”이라 말했다.
이번 도시건축비엔날레에는 초대형 설치물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 전시됐다. 휴머나이즈 월은 38개국 110명 디자이너가 참여해 400여 건축물 이미지와 창작커뮤니티 9개팀의 아이디어를 모은 1428장의 스틸 패널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를 통해 ‘사람 중심 도시건축’을 만들자는 의미가 담겼다.
헤더윅 감독은 “작품에 참여한 이들은 학원 건물, 아파트 단지 등 우리의 일상 공간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직접 제안했다”면서 “건축이 전문가만의 대화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건축은 더 이상 건축가들만의 독점물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가 함께 참여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비엔날레의 정식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26일 오후 6시30분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개최된다. 27~28일에는 ‘글로벌 개막포럼:감성 도시(Emotional City)’가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