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수준별 구간 둬 추첨 시 가중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용 H-1B 비자 수수료를 100배 상향한 데 이어 23일(현지시간)에는 고임금·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해당 비자 추첨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한 일련의 정책 변화는 미국 고용주들의 외국인 노동자 활용을 둘러싼 논쟁을 더 뜨겁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의회가 정한 연간 8만5000개의 H-1B 비자 한도를 수요가 초과할 때를 대비한 ‘가중치 선발 과정’을 제안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비자 발급 상한이 10년 넘게 매년 초과했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에 따르면 올해 3월 마감한 마지막 H-1B 비자 추첨 등록에는 약 33만9000명이 신청했으며, 이중 12만141명이 선발됐다.
새로운 방식은 H-1B 비자 신청 자격을 더 숙련되고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더 많은 가중치를 둔다. 지원자를 4개 임금 구간으로 나눠 가장 높은 임금 수준에는 네 차례, 가장 낮은 임금 수준에는 한 차례의 추첨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의 추첨 규정 하에서는 H-1B 비자 신청 제안이 무작위로 할당된다.
국토안보부는 “고용주들이 더 높은 임금 또는 더 높은 숙련도의 직무를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낮은 임금·저숙련 직무에 H-1B 프로그램을 남용하는 행태를 억제할 것”이라며 “이 방식이 비자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를 더 잘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신규 규정은 USCIS이 앞으로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빠르면 2026년도 비자 추첨을 위한 3월 신청 전에 시행될 수 있다.
채택된다면, 인도와 중국에서 컴퓨터 관련 저임금 직종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기업에 비해 높은 급여를 제시하기 어려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타격이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정보통신(IT) 및 컨설팅ㆍ회계ㆍ의료 분야 전문직 비자인 H-1B의 신규 발급 수수료를 종전의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21일 신규 신청자부터 적용된다.
NBC는 이 수수료 인상과 이날 제안 모두 법정 다툼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H-1B 비자 수수료의 대폭 인상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NYT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는 스타트업의 꾸준한 혁신 위에 구축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장차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다”며 “그러나 이번 변화는 수십억 달러 자금을 가진 기존 대기업들에 유리한 쪽으로 저울추를 기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