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가명처리 절차를 간소화해 공공기관의 가명정보 제공을 대폭 확대하고 가명정보 제공 기간을 단축하는 등 가명정보 활용 문턱을 낮춘다. 인공지능(AI) 경쟁력의 핵심인 데이터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24일 개인정보위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4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가명정보 제도·운영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15일 진행된 대통령 주재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가명정보 제도는 2020년 도입됐지만 여전히 가명정보 활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개인정보위가 실시한 ‘24년도 개인정보 보호·활용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가명정보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은 전체 응답기관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청취한 현장 의견을 토대로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 먼저 가명처리 업무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데 공공기관에선 재식별에 따른 법적 책임 우려로 가명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가명처리를 위탁할 수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내년부터 제공해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두지 않아도 가명처리를 할 수 있도록 실무 부담을 해소한다. ‘공무원 면책 가이드라인’에 가명처리 관련 면책사항도 포함한다.
법 적용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행정조치 대상인지 여부를 개인정보위가 신속히 회신해주는 ‘가명정보 비조치 의견서’를 연내 도입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685개 행정·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 가명정보 제공 실적을 가점 항목으로 반영한다.
이처럼 가명처리 비용과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인센티브를 강화함으로써 데이터 제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현재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명정보 제공 공공기관 비중을 2027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한다.
가명처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도 가명정보 활용이 어려운 이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연내 개정한다. 리스크 등급이 낮은 경우 서면심의나 담당자 적정성 검토로 대체할 수 있는 간소화된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가명처리 과정에서 구비해야 하는 서류도 기존 최대 24종에서 최소 13종으로 대폭 통합한다.
공공기관 내 가명정보 제공 절차도 효율화한다. 연구자가 총괄 부서에 한 번만 신청하면 되도록 올해 11월까지 ‘가칭공공기관 가명정보 제공·관리 체계에 관한 규정’을 총리 훈령으로 제정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데이터 제공 협의부터 데이터 결합, 기관 외 반출까지 평균 310일 걸리던 기간을 2027년까지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가명처리 과정에서 비식별성에 치중해 데이터가 지나치게 훼손되는 문제도 개선한다. 개인정보위는 기관 간 가명처리 기준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가명처리 적정성 심의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AI시대에는 고품질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곧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가명정보 활용에 수반되는 부담은 줄이고 절차는 합리화하여 현장에서 데이터를 더 쉽고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