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독자들을 위해서는 '연대기' 아닌 '장르별'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출간 의미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유 관장이 소개한 책은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총 2권이다. 전자는 교양과 상식으로서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를 조망한 책이고, 외국인들에게 장르별로 보여주는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쓴 책이다.
특히 유 관장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에 관해 유 관장은 "한국이 다민족 국가로 가고 있는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미술사는 교양 필수"라며 "이들이 한국 소설이나 한국 역사책을 읽으며 한국어를 공부할 때,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집필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의 경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출간도 준비 중이다. 유 관장은 "외국어로 펴내는 한국미술사는 한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와 달라야 한다"라며 "한국의 역사, 지리 등이 낯선 외국인들을 위해서는 역사시대 순이 아니라 장르별로 소개하는 것이 유리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유 관장은 자신의 미술책이 '히스토리 오브 코리안 아트'가 아니라 '스토리 오브 코리안 아트'라고 소개했다. 책상에 앉아 밑줄 그으며 읽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 편하게 소파에 앉아서 볼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은 그의 지향점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유 관장은 "나의 미술사관은 문화사로서의 미술사다. 한국 미술사의 실체와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각에서 이 책을 썼다"라며 "날 우리 문화유산의 전도사라고 말하는데, 이 책의 핵심이 되는 건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책 디자인과 편집의 중요성에 관해서도 강조했다. 바로 '쓰임새'와 '아름다움'이다. 유 관장은 "내 책은 글과 도판이 함께 흘러간다. 이걸 편집하는 게 참 까다로운 작업이다.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으려면 글과 도판이 분리되면 안 된다"라며 "이것은 독자에 대한 친절성이고 가독성과 관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관장은 "미술사 저술은 교수와 큐레이터들이 주로 쓴다. 교수 출신은 이론이 강하고, 큐레이터 출신은 실물이 강하다"라며 "작품 해설은 큐레이터가 쓴 게 훨씬 좋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교수와 큐레이터를 다 했기 때문에 이 책에 두 영역의 장점이 나올지 아니면 정반대로 두 가지의 단점이 나올지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이어서 유 관장은 박물관의 권위는 건물과 유물, 사람뿐만 아니라 '학술 능력'으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했다. 그는 "관장과 큐레이터의 저서는 그 박물관의 권위와 품격을 반영한다"라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학예연구원의 저술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출간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