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브랜딩 이후 120종 라인업…신뢰 회복에 방점
미국 ETF 성과로 자신감…테슬라·팔란티어 20% 수익률
밸류업 정책 지속한다면 코스피 5000은 시간문제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230조 원을 돌파하며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KBSTAR’에서 ‘RISE ETF’로 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한 뒤, 짧은 기간 내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4월 합류한 노아름 ETF사업본부장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14년간 ETF 태동기를 함께했고 키움을 거쳐 KB에 둥지를 튼 그는 “ETF는 브랜드보다 상품 품질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4일 노아름 본부장은 “입사 초창기만 해도 ETF는 기관이 배당 차익거래에 활용하는 생소한 상품에 불과했지만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등장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본격화됐다”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해외지수형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ETF가 대중화됐다”고 했다. 노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태동기를 함께했고 키움자산운용을 거치며 시장의 냉정함과 치열한 경쟁을 체감했다. 그는 “넘버 원 금융그룹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KB자산운용을 택했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이 합류했을 무렵 KB는 ETF 브랜드를 ‘RISE’로 전면 교체하던 시점이었다. 그는 “브랜드명보다 중요한 건 상품 품질이다. 투자자가 매매할 때 호가가 불리하다거나 운용 정확성에 의심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시장조성, 운용 품질을 높이는 데 집착했다”고 강조했다. 거래가 없는 이른바 ‘좀비 ETF’를 정리한 것도 이 과정의 일환이었다. 단기적으로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브랜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올해 KB는 미국 ETF 9종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빠르게 보강했다. ‘RISE 테슬라 고정테크100’과 ‘RISE 팔란티어 고정테크100’은 상장 이후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노 본부장은 “미국은 성장하도록 구조가 설계된 시장”이라며 “소비가 발생하면 투자가 뒤따르고, AI·휴머노이드 같은 테크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전략으로는 ‘AI반도체TOP10’, ‘코리아밸류업 위클리 고정커버드콜’이 대표적이다. 그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아베노믹스 초기 닛케이는 1만6000선에 머물렀지만, 정책 일관성 끝에 4만선을 넘어섰다. 한국도 밸류업 정책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코스피 5000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현물 ETF에 대해서는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미국은 승인 6개월 만에 20조 원이 몰렸다. 국내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관건이지만, KB는 테스크포스(TF)와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ETF 시장의 과열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상품이 많아지면 도태하는 상품도 나오지만 남는 건 효율적이고 품질 높은 상품”이라며 “경쟁은 ETF 발전의 원동력이자 투자자 효율을 높이는 선의의 전쟁”이라고 했다.
투자 철학에 대한 메시지는 더욱 단호했다. 노 본부장은 “시장이 빠지든 오르든 늘 투자하고 있어야 한다”며 “많은 개인이 손실을 보면 투자를 끊어버리는데, 그 순간 노후 빈곤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위기는 늘 기회로 이어진다. 글로벌 투자 대가들도 위기 상황에서 과감히 투자해 성과를 냈다. 개인 투자자도 습관처럼 ETF에 투자해야 장기 자산이 쌓인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행동 편향에 대해서도 “플러스 난 건 쉽게 팔고 마이너스 난 건 못 파는 게 인간 본성인데, ETF는 지수에서 승자만 편입되기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 상승을 따라가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노 본부장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비중까지 조언했다. 그는 “1000만 원으로 투자에 나선다면 미국 지수 ETF에 50~60%, 국내 지수형에 20~30%, 머니마켓 ETF에 40%를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락장에서는 머니마켓 자금을 지수 ETF로 옮기는 습관을 들이면 장기적으로 자산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B 합류 1년 5개월을 맞은 노 본부장은 스스로의 성과에 대해 “아직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개인 투자자 순매수가 크게 늘었고 데일리 고정커버드콜 등 신상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RISE 브랜드 신뢰를 쌓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2년은 AI에 집중해야 한다”며 “투자자는 결국 돈이 벌리는 곳을 찾아야 하고 지금은 AI와 반도체, 인프라가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