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몰 사업 종료 영향이라지만 장기 경쟁력 강화 절실

내년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보완대책 예산이 올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단기 피해 지원은 유지됐지만,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개선’ 사업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정부는 일몰 사업 종료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구조적 대응 공백과 장기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FTA대책 농업인지원 투자·융자계획(안)’에 따르면 내년 FTA 보완대책 예산은 1224억 원으로, 올해(5053억 원)보다 76% 줄었다.
내년 예산은 △직접피해지원 206억 원 △과수·원예 경쟁력 제고 1018억 원으로 편성됐다. 반면 농업 생산기반 정비와 경영체 강화를 위한 ‘근본적 체질개선’ 사업은 전액 삭감됐다. 직접피해지원도 올해(249억 원)보다 줄어든 수치다.
직접피해지원은 농산물 가격이 급락할 때 피해보전직불금이나 폐업보상금 형태로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단기성 제도다. 반면 체질개선 사업은 스마트팜 확산, 과수원 정비, 저장·가공시설 현대화 같은 중장기 경쟁력 강화 사업으로, 농가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예산안에서 단기 지원만 남고 장기 사업이 빠지면서 균형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FTA 체결국별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보완대책에 842억 원, 한·필리핀 FTA에 858억 원이 배정됐다. 중국·베트남 FTA 보완사업은 일몰 규정에 따라 내년 예산에서 제외됐다.
농업계에서는 시장개방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보완대책 축소가 농가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농식품 수입 증가와 무역적자 확대세를 고려하면, 단기 보조보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할 체질개선 사업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몰된 사업은 계획대로 종료된 것일 뿐이고,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은 일반사업을 통해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몰된 사업은 법에 따라 종료된 것이며,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은 다른 지원사업을 통해 계속 관리할 계획”이라며 “FTA 보완대책은 피해 보전뿐 아니라 농업 경쟁력 제고와 병행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TA 보완대책이 단순한 피해보전 성격을 넘어, 농업 구조 개선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농업 전문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와 미국의 추가 개방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체질개선 예산이 사라진 것은 시기적으로 아쉽다”며 “R&D·스마트농업 투자, 유통·수출 기반 강화 같은 장기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