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ㆍ프리미엄ㆍEV 경쟁구도
“브랜드 중요⋯충성도가 생존 열쇠”

한일 간 자동차 ‘관세 역전’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이제는 브랜드와 품질 경쟁이 성패를 좌우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고의 품질로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더 셰드’에서 열린 ‘2025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해 “더 좋은 기술과 품질, 공장, 공급망 등을 구축해 시장 기회를 최대화하고 최적화해 성과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높아졌다고 포기하고 걱정만 하면 이 비즈니스 전체를 잃을 수 있다”며 “포기하지 않고 최고의 상품과 품질을 내는 것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사는 순간부터 진화하는 차’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현대차의 철학을 공유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그간 무관세 혜택을 기반으로 ‘가성비’ 이미지를 구축해왔지만 이번 역전으로 가격 메리트가 사실상 사라졌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배제까지 겹치며 한국차는 가격과 세제 양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만만치 않다. 시장은 현재 ‘하이브리드-프리미엄-저가 전기차(EV)’ 삼중 압박으로 재편됐다. 일본은 하이브리드(HEV)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유지하며 높은 연비와 내구성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유럽 브랜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며 친환경차 전환 과정에서도 충성 고객층을 지켜내고 있다.
자동차업계 연구원은 “한국차는 가성비 포지션이 약화된 상황에서 프리미엄·보급형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며 “돌파구는 결국 브랜드 가치 강화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보다 ‘브랜드 가치’와 ‘소유 만족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J.D.파워의 2025년 브랜드 충성도 조사에서도 BMW·렉서스·도요타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가격보다 브랜드 신뢰도와 품질 경험을 구매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현대차·기아는 이에 대응해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신차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회사의 수익성을 더 높여주는 브랜드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현재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만 생산 중이지만 다양한 제네시스 차량을 미국 현지에서 확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소프트웨어 정의차(SDV) 전환에도 속도를 내며 품질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격만으로는 더는 버티기 어렵다. 소비자가 왜 한국차를 선택해야 하는지 브랜드 정체성이 중요해졌다”며 “이제는 제품력과 브랜드 충성도가 생존의 열쇠다. 한국차가 ‘싼 차’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