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트럼프의 무기 ‘언어’

입력 2025-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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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국제경제부 기자

▲이진영 국제경제부 기자
▲이진영 국제경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어는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단어 하나, 문장부호 하나까지 전략적으로 계산해 상대를 제압하고, 지지자를 결집하는 무기로 쓴다.

과장법은 트럼프의 최애 무기다. 너무 좋아서, 혹은 너무 나빠서, 인류 역사상 기록된 적이 없는 수준이라는 식으로 발언한다.

실제 미국 대통령 발언 데이터베이스인 팩트베이스(Factba.se)에 따르면 트럼프가 가장 즐겨 쓰는 표현도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일(Never seen anything like it)’이다. 올해 들어서는 194번 사용했다.

단순한 말버릇이 아니다. 트럼프는 1987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협상의 기술’에서 “사람들은 무언가가 가장 크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장엄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면서 “나는 그것을 ‘진실한 과장법(Truthful Hyperbole)’이라고 부른다. 매우 효과적인 홍보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그의 과장이 합리적 토론과 반박을 막고, 현실과 사실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전략적 피해자화’도 트럼프의 단골 메뉴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눠 미국을 국제적 탈취의 희생자로, 자신을 구원자로, 민주당·중국 등을 강탈자이자 악당으로 설정한다. 여기에 흑백 논리·표현 반복이 어김없이 버무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한 극단적 맥락의 서사는 극단적 정책·조치를 단행하기 위한 든든한 주춧돌이 된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에 특유의 대문자나 느낌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일종의 ‘언어적 고함’처럼 반박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트럼프식 언어가 민주주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언어의 퇴행’인지 아니면 대중정치 시대를 상징하는 최신 화법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언어가 미국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흉기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언어는 지금도 ‘이전에는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미국 정치와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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