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 세액만 4조 원…장기적으로 수십조 원 세수 효과 기대

대법원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 특허의 사용료도 국내에서 실제 활용됐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1992년 이후 33년간 유지되던 ‘과세 불가’ 입장이 뒤집히면서 국세청은 국부 유출을 막고 수십조 원 규모의 세수 확보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의 과세 여부를 다툰 사건(2021두59908)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법원이 취해온 ‘특허 속지주의’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속지주의란 특허는 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다는 법리로, 그간 대법원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해외 특허는 국내에서 ‘사용’을 전제할 수 없어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해도, 그것이 국내 미등록 특허에 관한 것이라면 국내 원천소득으로 보지 않았다.
실제 사례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뒤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권을 대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법인세를 원천징수·납부했다. 그러나 이후 기업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이므로 국내 원천소득이 될 수 없다”며 세금 환급을 청구했다. 원심도 속지주의 원칙을 이유로 기업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달리 해석했다. 이번 판결은 한·미 조세조약에 따른 ‘사용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즉, 비록 해당 특허가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그 특허 기술이 국내에서 실제로 제조·판매 과정에 활용됐다면 이는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그 대가인 로열티는 국내 원천소득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국세청의 과세권을 인정했다
국세청은 이번 결과를 얻기 위해 ‘미등록 특허 TF’를 꾸려 1976년 국회 입법자료를 발굴하고, 미국 역시 등록지가 아닌 사용지 기준으로 과세하는 사례를 제시하는 등 치밀하게 대응했다.
이번 판례 변경으로 이미 불복 중인 세액만 4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세청은 해외 특허 로열티 지급 관행이 계속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수십조 원 규모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국세청 저력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국부유출을 방지하고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밑바탕이 되는 국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당한 과세 처분을 끝까지 유지하고 국내 과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