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업대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4년 반 동안 대기업 대출은 2배 넘게 넘게 불었지만, 금융 지원이 절실한 중소기업 대출은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 공백을 국책은행이 메우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시중은행의 포용 금융 역할 강화를 위해 위험가중치(RWA) 조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여신 현황'에 따르면 기업대출 잔액은 2020년 말 571조5000억 원에서 올해 6월말 823조2000억 원으로 4년 반 만에 44%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전체 여신 성장을 견인했다. 2020년 74조3000억 원이던 대기업 대출은 올해 6월 말 158조7000억 원으로 113%(85조 원)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497조2000억 원에서 664조6000억 원으로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 별로는 KB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율이 138% 늘어날 때 중소기업은 30.4% 증가해 격차가 가장 컸다. 신한은행(대기업 140%, 중소기업 34%), 하나은행(107%, 41%), 우리은행(92%, 29%), NH농협은행(91%, 32%)도 비슷했다.
팬데믹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은행들이 건전성 지표를 지키기 위해 안정적인 대출처 확보에 주력했고 그 결과 대기업으로 자금이 쏠린 것이다.
국책은행이 간극을 메우고 있지만 구조적 해법은 아니다. 재정 여력 한계와 건전성 관리로 '사장님 자금난(難)'을 모두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실제 4년 반 동안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은 38%(186조 원→257조7000억 원)에 머물렀다. 대기업 성장률(49%)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포용 금융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한계기업의 연명을 돕기보다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폐업 위기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은 근본 치료가 아닌 일시적 통증 완화에 불과하다"라며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식 전환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은행의 '돈 줄'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려면 위험가중치(RWA) 조정 등 규제 정비가 필수다. 기업대출에는 신용듭급별로 RWA가 차등 적용되는데 통상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높은 RWA가 요구돼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근 간담회에서 신임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은행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해 부동산이 아닌 생산성이 높은 중소기업 등으로 자금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