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8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벌어진 막전막후를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타임(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구를 모두 수용했더라면 내가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당시 협상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털어놨다.
이 대통령의 인터뷰는 3일 진행하고 18일 공개됐다. 당시 핵심 쟁점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였다. 미국 측은 전액 현금 조성 여부와 손실 부담 주체를 집요하게 물었고, 이 대통령은 "만약 내가 그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더라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인 대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신 대한항공의 보잉기 500억 달러 구매를 포함해 1500억 달러 신규 투자를 추가 제시하며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내놨다.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성공적 구애와 협상으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전쟁들이 당신 덕분에 평화로 가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치켜세우며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흔히 선택지를 '북한의 핵을 용인할 것인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것인가'의 양자택일로 생각하지만 저는 그 중간 지점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유엔 제재 완화와 맞바꿔 핵 동결→축소→폐기로 이어지는 3단계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설명한 것이다.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유도한 사실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면 그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외에는 없다"고 답했다.
타임지는 또 "세계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다 장애를 입고도 사법시험 합격 후 정계에 입문한 이 대통령과,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선과 가치관이 전혀 다르지만,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업적을 남기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는 점에서 통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예측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성과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패배자로 비치는 결론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이런 점 때문에 예상보다 소통이 잘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로는 "국내 정치 상황의 안정"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갖고 있다. 나의 삶 역시 그러했다"며 "앞에 많은 어려움이 놓여 있지만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