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도 사정 비슷⋯음식·숙박업 대출 비중 2% 미만
전문가 “업종별 맞춤형 금융지원 시급”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은 ‘포용금융’과 ‘금융접근성 확대’를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 자금이 절실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여전히 대출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지만 혜택은 제조업이나 첨단산업에 집중된 반면 골목상권은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2분기 기준 823조 원에 달한다. 업종별로 대기업이 많은 제조업이 205조 원으로 전체의 24.9%, 부동산업은 215조 원으로 26.1%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음식·숙박업 39조 원(4.7%), 정보통신업은 11조 원(1.3%)에 그쳤다.
음식점업과 숙박업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나 소규모 개인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담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은행권 신용평가에서 불리하다. 도소매업도 113조 원(13.7%)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증가 속도는 제조업이나 부동산업에 비해 더뎠다. 결국 은행 자금은 담보 확보가 가능한 업종에 집중되고 생활 밀착 업종은 후순위로 밀려난 셈이다.
국책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IBK기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의 기업대출 합계는 올해 2분기 약 310조 원이다. 이 가운데 제조업이 163조 원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으며 도소매업은 44조 원(14.4%) 수준이었다. 정보통신업은 9조 원(2.9%), 음식·숙박업은 5조 원(1.7%)에 불과했다. 정책금융도 첨단산업과 대기업 협력업체 중심으로 흘러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지원의 공백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은 지역 고용 비중이 높아 금융 접근성이 악화되면 점포 폐업과 일자리 축소로 직결될 수 있다. 팬데믹 당시 시행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90조6000억 원) 가운데 올해 6월 말 기준 41조6000억 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해당 조치가 종료되면 상환 압박이 본격화되는 동시에 신규 자금 조달까지 막히며 영세 자영업자의 연쇄 도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금이 첨단산업에만 집중되는 추세다. 산업은행의 국가첨단전략산업 대출은 2020년 약 8조500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9조7000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생활 밀착 업종은 여전히 자금 공급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담보 확보나 신용정보 축적이 어렵다는 이유로 금융 접근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맞춤형 금융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대출 한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업 전용 운전자금이나 비수기 매출 급감 대응 특별 자금처럼 업종 특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특별 금융 지원,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 청년층의 미래 소득을 반영한 맞춤형 대출 제도 등이 필요하다”며 “일률적 규제 적용보다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나 업종 특성, 지역 경기 등을 고려한 탄력적 운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