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 타결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두고 한미간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는 일본과 같은 '투자 백지수표'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iM증권은 "당초 우리 측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시나리오는 지분 투자를 5% 수준에 그치고, 직접 현금(달러) 이동이 없는 보증 형태로 합의할 생각이었음을 감안하면 미국과 우리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내 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단기간에 입금하고, 투자 이익의 경우 원금 회수 이전까지 배분 비율을 한국과 미국이 9대 1로 하지만, 투자원금 회수 인후 배분 비율을 한국과 미국이 1대 9로 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우리의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 측 입장에서는 일본 사례를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 당연하고 우리 입장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경제 및 금융시장 측면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 5500억 달러는 일본 명목 GDP와 전체 예산액 대비 각각 13.7%, 31.2%이지만, 우리가 약속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는 한국 명목 GDP와 전체 예산액 대비 각각 18.7%, 69.4%에 달한다. 특히, 외환보유액 대비로는 일본은 42.2% 수준이지만 한국은 84.1%에 이른다.
그는 "미국 측의 요구가 현실화된다면 단기적으로 국내 달러 환전 수요 급증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 가능성은 물론 국내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인한 금융 혹은 외환시장의 잠재적 취약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달 9일 "350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00억~300억 달러를 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시장에서 원화를 대거 투입해 달러를 조달할 경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치솟아 외환시장 붕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투자 회수기간 문제도 대미 투자를 실행하고 이에 따른 투자 이익이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사이클에 따라서 투자 원금 회수기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상당기간 대미 투자에 국내 외화자금이 묶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일본과 같은 '투자 백지수표' 형태의 대미 투자는 국내 경제와 금융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단기간에 대규모 직접 방식의 대미 투자가 될 경우 달러 재원 조달 및 환전 수요 등으로 외환시장 및 국채시장에도 부담을 줄 여지가 있다"며 "물론 미국측이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허용해준다면 외환시장 불안요인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겠지만 달러 재원 조달의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