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같은 층 약국 개설에 근처 약사들 반대하자…대법 “원고적격” 첫 결론

입력 2025-09-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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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기회 공정하게 배분받을 이익’ 보호 구할 수 있어

신규 약국 개설 등록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

大法 “인근 약국 개설자에 원고적격 인정”
1심 “약사법 위반” → 2심 “각하” 뒤집혀

병‧의원과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새로운 약국이 생기자 근처에서 영업하던 다른 약사들이 매출 감소 등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신규 약국 개설 등록 처분 취소’를 요구했을 때, 인근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해온 기존 약사들에게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인근 약국 개설자들에게 신규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고 봐 원고 측 상고를 받아들임으로써,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음을 전제로 원고들의 소를 각하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 4층에 위치한 산부인과‧피부과 의원과 동일한 건물 같은 층에 약사 A 씨가 약국을 새로 열고자 했는데, 영등포구 보건소장이 이를 허가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문제가 된 병원과 가까운 빌딩에서 종래부터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 2명은 ‘병원과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약국이 개설되면 처방전을 독점하게 된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이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 일정한 장소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약국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한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3‧4호에 위반된다며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약사법 20조 5항은 △약국이 의료시설 안에 개설되거나(2호) △의료시설 일부를 분할한 곳에 개설되거나(3호) △의료시설과 전용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4호)에는 약국 개설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약사법 조항에 대해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을 방지하고, 의약 분업제도 목적을 효율적으로 실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 서울 한 약국에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서울 한 약국에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의료기관과 담합 가능성 큰 약국 개설’ 규제⋯헌재 “합목적적”

1심은 인근 약국 약사들로 구성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약국이 의료시설 일부를 분할한 곳에 개설됐다고 보고 개설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인근 약국 약사들에게 원고 적격이 없다며 소송 자체를 각하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운영하는 약국과 이 사건 약국은 각각 다른 건물에 위치하고 있고, 이 사건 의원 발행 전체 처방전 중 원고들 약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원고 약사들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원고들에게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며 “원고들에게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의 소를 각하한 원심 판결에는 약국 개설 등록 처분에 있어 제3자의 원고 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규 약국 개설 등록 처분에 따라 의료기관과 담합 가능성이 큰 약국이 개설된 경우, 인근 약국 개설자가 자신의 ‘조제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을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원고 적격이 있음을 인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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