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중인 태영건설의 생존을 위해 태영그룹이 계열사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면서 장기적 성장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매각한 회사 중에는 태영그룹이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공을 들인 환경 관련 자회사도 있어 캐시카우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는 에코비트를 국내 사모펀드 (PEF)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지난해 12월 매각했다. 총 매각대금은 2조700억 원이다.
에코비트는 2004년 태영환경에서 출발한 종합 폐기물 처리 기업이다. 특히 수처리와 매립, 의료폐기물 소각 분야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TSK워터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다수 폐기물 업체를 인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사세를 넓혀 2018년에는 TSK코퍼레이션을 출범했고 2019년에는 올해(2025년)까지 기업가치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대대적으로 밝혔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국내에선 SK에코플랜드, IS동서와 함께 환경사업 분야 ‘빅3’로 꼽혔다.
매출 성장도 꾸준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에코비트의 지난해 매출은 7011억 원으로 2023년에는 6744억 원, 2022년에는 6427억 원을 기록했다. 에코비트 매각 과정에서 태영건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에 평가의견서를 제출한 이정회계법인에 따르면 에코비트는 2028년 매출 1조682억 원 영업이익 2889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에코비트는 매각이 논의됐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몸값이 2조 원 중반대에서 최대 3조 원까지 거론됐다.
반면 태영그룹은 에코비트를 팔았지만 매각대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에코비트는 2020년 말 이후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구주를 인수하면서 티와이홀딩스와 같은 비율(50%)로 주주로 올라섰다. 때문에 매각대금의 절반인 1조350억 원을 수령할 것으로 관측됐는데 양사의 주주간 계약에 따라 티와이홀딩스 몫은 4260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티와이홀딩스가 KKR에서 빌린 4000억 원 규모 차입금과 지연이자를 갚아주는 조건으로 전액 KKR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비트 매각이 재무구조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태영건설 실적도 부진하다. 태영건설은 올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5639억 원, 영업이익 29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21.2%, 13.3% 감소한 수준이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720.2%에서 올해 상반기 말 917.9%로 급증했다. 태영건설은 부채비율의 악화 원인으로 채권자에게 빚을 갚기 위해 발행할 주식이 출자전환 시점 때에 비해 주가가 오르면서 손실로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여의도사옥, 루나엑스CC 등 보유 부동산을 팔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로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작업 또한 속도가 빠르진 않다. 현재 주요 PF 사업장 60곳 중 약 40%는 준공 또는 청산 완료한 상태인데 이 중 36곳은 준공 또는 계속사업으로 분류됐고, 24곳은 시공사 교체나 청산 대상으로 묶였다. 지난 7월 말 기준 16곳이 준공 했으며, 7곳은 청산 절차를 끝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건설업 2025년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신용도는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과 PF 우발채무 해소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PF 관련 보증부채는 사업장 상황에 따라 실제 현금 유출로 연결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며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는 유동성 관리 역량에 따라 신용등급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