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바이루 정부 총사퇴 하루 만에 임명
야당, 의회 세력 고려치 않은 측근 임명에 반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 야당 측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측근 인사 임명으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바이루 정부가 전날 의회 불신임으로 총사퇴한 지 하루 만에 신임 총리로 르코르뉘 장관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은 신임 총리에게 국회 정치 세력들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국가 예산을 통과시키고 향후 결정에 필수적인 합의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임 총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와 국가 통합을 위한 정치적·제도적 안정을 지향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이러한 기반 위에 각자의 신념을 존중하며 정치 세력 간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과거 보수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2017년 마크롱 집권 이후 여당인 르네상스로 합류했다. 2022년 마크롱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 후 당시 39세 나이로 프랑스 최연소 국방장관에 올라 3년째 직책을 유지하는 등 마크롱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지난해 미셸 바르니에 정부가 의회 불신임으로 붕괴했을 때도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선임 발표 이후 르코르뉘 신임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신뢰를 보내주신 것에 감사하다”며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잘 알고 있고 현재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번 총리 임명과 관련해 야당 측에서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또다시 측근 정치를 위한 인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소수의 측근과 밀실에 틀어박혀 최후의 측근 카드를 뽑아 들었다”며 “매우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좌파 성향의 정당들은 지난해 조기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의회 다수 세력이 된 이후 좌파 성향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서 피력해왔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는 “또다시 핵심 측근만 기용되는 이 비극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뿐”이라고 비판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 역시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점점 더 자신의 핵심 측근들만 고집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의회를 넘어 프랑스 국민에 대한 무시이자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신임 총리 임명에도 프랑스 정국 혼란이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어서 경제 위기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주변부에 있는 위험한 ‘채무국’ 클럽에 합류했다”며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3.47%로 오랫동안 경제 부진에 시달렸던 그리스(3.37%)보다 높고 이탈리아(3.51%)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