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1호 인가를 정조준하며 모험자본 공급을 앞세운 공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규모를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유망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사모펀드 출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IBK기업은행과 함께 1000억 원 규모의 '아이비케이 한국투자 성장사다리 사모투자합자회사'를 결성했다. 운용은 한국투자증권 내 프라이빗에쿼티(PE)투자부가 맡으며, 성장 단계·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한국투자증권은 그간 그룹 내 투자 계열사(한국투자PE·한국투자파트너스·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등)와 긴밀히 협력하며 초기 투자부터 성장, 상장 직전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기관투자가 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을 위해 2023년 IB그룹 직속으로 PE투자부를 신설하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공동운용펀드 결성은 IMA 인가 후 조달 자금 투입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금융당국이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내 모험자본에 의무 공급하도록 제도를 보완한 만큼, 성장·프리IPO 라인업을 미리 구축해두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펀드는 향후 확대될 자금조달 여력을 모험자본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IMA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이나 벤처투자 등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라이선스다. 제도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장려하는 환경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성장 펀드를 통해 트랙레코드와 소싱 파이프라인을 확장해두면, IMA로 자금이 유입됐을 때 곧바로 성장·프리IPO 섹터에 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의무 공급 규정 준수와 내부 수익성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연내 첫 IMA 사업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조직 개편과 인력 보강에 더해 자체 펀드 및 공동운용 체계를 병행하며 모험자본 투자 역량을 키우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2028년까지 모험자본 공급을 5조 원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메리츠증권도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에 규제 요구 수준보다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