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여(巨與) 정국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의 큰 틀이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관한 평가는 생략하고, 앞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조직 개편의 출발은 ‘정부조직법’ 개정이지만, 그것으로 정부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시행령인 직제를 개정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행정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어떤 시각에서 이 두 문제는 정부조직법 개정보다 중요한 문제다.
첫째, 정부조직법이 그릇이라면 직제는 내용물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것 자체는 상징성 외에 의미가 없다. 실제로 차관급에 맞는 집행력을 가지려면 실·국 등 조직 확대와 인력 증원, 그리고 증원된 인력에 맞는 직급별 정원(TO)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인공지능(AI) 정책기반을 강화하는 것 역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나, 그것이 단순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격차 확대, 비윤리적 활용 등 AI 확산의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기능이 강화해야 한다.
환경부로 에너지 정책 이관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 이후 현재까지도 전문성이 부족하단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 정책도 같은 비판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화학적 결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산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통합이 에너지 정책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
둘째, 정부조직의 많은 문제는 정부 조직체계 자체가 아닌 관행에서 비롯된다. 관행을 고치지 않고는 정부조직 개편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기재부는 정책조정과 재정관리 주체가 배분까지 통제하면서 발생한 비대화 외에 비효율적 예산 심의라는 문제도 지니고 있다. 가령, 개별적으로 집행될 땐 효과가 미미하지만 다른 정책의 효과를 높이거나(조절효과), 연쇄반응의 결과로 효과가 나타나는(매개효과) 사업들이 있는데, 기재부는 거시적 효과보단 개별사업의 단기 효율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런 관행에서는 정책 효과가 제약되며, 정책의 구조 내지는 틀이 바뀌기 어렵다.
여성가족부의 경우는 고질적인 행정력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조직 특성상 단독사업이 적고, 단독사업도 대다수는 민간단체·기관에 재정을 지원하는 형태다. 사업 기획, 집행, 평가, 환류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 특히 여가부는 직원 중 경력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애초에 행정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각자가 본인의 전문성만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건 경력채용 비중이 큰 기관들의 공통된 문제다. 여가부는 이런 공통된 문제가 여가부라는 기관의 특성과 결합해 ‘최악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기재부와 여가부 모두 정부조직 개편이 효과를 보려면 관행 개선이 필수적이다.
전술했듯,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정부조직 개편의 시작이다. 새 그릇에 저절로 좋은 음식이 채워지진 않는다. 이제는 그릇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