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용 '취지 역행' 논란
美ㆍEUㆍ日ㆍ中 등 해외 유치 경쟁
전문가들 "국적보다 실력 봐야"

정부가 인공지능(AI) 인재 확충을 위해 3000억 원을 집중 투자하는 ‘이노코어 연구단’의 취지는 국내 인재를 키우고 해외로 유출된 한국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당초 연구단 내에선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두고 ‘사업 취지에 맞냐’는 의문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해외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것과 국내 인재를 양성하는 것 중에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 지 과제가 남게됐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업 초반 연구단 내부에선 외국인 인재를 뽑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과기부는 “유능한 해외 인력을 우리나라에 유치해서 AI 산업의 인력난을 개선하는 취지에서 볼 때 외국인을 채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연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인재 채용을 최소화하고. 국내 인재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대우받는 만큼 국내에서 좋은 결과물을 내면 우리나라의 과학 인력을 지탱하는 세대가 되고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겠나”라며 “트럼프의 이민 정책 등으로 해외에 있는 한국인 인재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것을 우선순위로 했다”고 설명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1, 2위의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민간 기업이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미국은 원래 해외의 우수 인재를 끌어오는 데 집중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빅테크 기업의 인재들은 미국 국적이 아니다. 최 교수는 “최근 메타가 1억 달러 이상을 주고 스카웃한 빅테크 업체들의 인재 국적을 보면 미국 사람이 거의 없다”며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AI 산업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재 유출 조짐에 유럽연합(EU)은 ‘과학을 위해 유럽을 선택하라’를 모토로 내후년까지 5억 유로(7800억 원)를 지원해 과학자 유치에 나섰다. 해외 인재 유치에 보수적인 나라로 꼽히는 일본도 ‘특별고도인재제도(J-Skip)’를 통해 일정 학력·경력, 소득 조건을 갖춘 해외 우수 인재에게 우대 조치를 하고 있다.
중국은 의사보다 과학자를 대우하는 등 국내 인재 양성에 적극적이었지만 최근 해외 인재 확대도 함께 하고 있다. ‘장강학자장려계획’과 ‘만인계획’을 통해 국내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중국은 내부 인재풀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천인계획’을 운영했으며, 2019년에는 ‘치밍’이라는 고급 외국인력 유입 프로그램을 포함해 다층적·맞춤형 스카우트 체계로 재편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인재 유치와 국내 인재 육성 투트랙을 통해 AI 생태계를 빠르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식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상관없이 실력 있는 사람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인재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